[시승기] 미리 타본 11세대 벤츠 E클래스, 혼신을 다한 '유종의미'

편은지 2023. 7.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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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타본 '벤츠 11세대 E200·E300e'
"삼각별 대잔치" 더 화려해진 내·외부 디자인
이게 되네… 조수석으로 눈만 돌려도 스크린 안보여
MBUX 슈퍼스크린, 화상대화부터 셀카·틱톡까지
벤츠 신형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트림 ⓒ 메르세데스-벤츠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입차 로고를 꼽으라면 단연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이겠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아진 탓에 지겨울 법도 하건만, 벤츠는 명실상부 7년째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입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E클래스가 있다. 특히 10세대 E클래스는 한국 수입차 역사상 최초로 단일 모델 20만대 판매를 넘긴 기록적인 차이면서, 내년 11세대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도 여전히 월 2000대씩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다. 사실상 이제 한국에선 '벤츠 E클래스'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봐야할 듯 하다.

안 그래도 잘 팔리는 10세대 모델을 뒤로 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될 11세대 E클래스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가 친환경이라는 목표 아래 전기차 전환을 서두는 지금, 마지막 내연기관 E클래스는 어떤 모습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할까. 내년 상반기 국내에 상륙할 11세대 E클래스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미리 만나봤다.

시승 모델은 '더 뉴 메르세데스 E200' AMG라인 트림과 '더 뉴 메르세데스 E300e 4매틱' 익스클루시브 트림이다. 비엔나 국제공항에서부터 'HANNES REEH 와이너리'를 경유해 돌아오는 왕복 220km 코스로, 오스트리아의 아우토반과 시내, 근교 등 E클래스의 승차감과 고속 주행 성능 등을 느끼기 적합한 코스가 마련됐다. 국내 출시 가격은 내년 상반기 출시 시점에 공개된다.

11세대 E200 AMG라인 외관.ⓒ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벤츠입니다. 벤츠라니까요. 벤츠 아시죠? 벤츠에요. 저는 벤츠. 벤츠. 벤츠. 벤츠."

오스트리아라는 낯선 땅에서 만난 E 200 AMG라인은 처음 만나자마자 보는 이들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듯 했다. 외관 어디에 눈을 두더라도 반짝이는 삼각별 로고 때문이다. 아방가르드, AMG 라인 특유의 디자인인 전면 그릴 중앙의 큼직한 로고를 제외하더라도, 신형 E클래스엔 그릴 무늬와 엉덩이마저 삼각별로 도배가 됐다.

벤츠 E200 AMG라인 전면. 그릴에 촘촘한 삼각별이 박혀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나하나 세어보니 그릴 중앙을 길게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을 기준으로 윗부분에만 삼각별이 112개, 아래에 100개다. 여기에 그릴 중앙의 큼직한 로고와 본닛 위 로고까지 합치면 무려 전면에만 삼각별이 214개인 셈이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전기차 라인업인 EQ시리즈와 상당부분 닮은 느낌을 내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젊어진 느낌이 물씬 풍긴다.

E200 AMG라인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삼각별의 향연은 후면으로 돌아서면 절정으로 치닫는다. 벤츠는 이번 E클래스의 테일램프 안에도 삼각별 그래픽을 무려 4개나 박아 넣었다. 그간 세그먼트 별로 외관 디자인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지만, 이번엔 E클래스를 돋보이게 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덕분에 11세대 E클래스 오너들은 온 동네에 E클래스를 탄다고 소문낼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만큼 헤드램프 역시 생소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램프 상단엔 하나의 직선, 하단은 두개의 짧은 곡선으로 처리됐는데 마치 눈 밑의 애굣살 같기도 한 이 모양은 과거 7세대 모델에 적용돼 E클래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두개의 동그란 헤드램프를 형상화한 포인트다. 보다보면 꽤 매력적인데,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다.

11세대 E300e 익스클루시브 트림. 아방가르드·AMG라인과 달리 가로 그릴과 후드 위로 돌출된 삼각별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램프 디자인만 바뀌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S클래스와 디자인이 비슷해 중후함이 강조되는 익스클루시브 트림 역시 아방가르드·AMG라인 트림보다 그릴의 변화는 적지만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똑같이 적용됐다. 덕분에 11세대 E클래스는 어떤 트림을 고르더라도 C클래스, S클래스와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수많은 삼각별로 점철된 외관이 화려함의 절정인 줄로만 알았는데 차 문을 열어젖히니 내부는 그 이상이다. 삼각별 대신 색색의 빛과 1열을 덮어버린 널찍한 디스플레이가 앉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 10세대에서는 우드 마감과 가죽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면 11세대는 디지털의 향연이다.

신형 E클래스 인테리어ⓒ메르세데스-벤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넓게 이어진 'MBUX 슈퍼스크린'이다. 플래그십 전기 SUV인 EQS SUV에 탑재됐던 하이퍼스크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세히보니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분리돼있다. 하나의 몸통은 아니지만, 1열에만 디스플레이 3개가 장착된 것은 벤츠 내연기관 모델에선 처음이다.

대시보드 중앙에 우뚝 솟은 카메라도 눈이 간다. 이 카메라는 디스플레이를 통한 화상대화나 셀카 촬영 등을 위해 최초로 탑재됐는데, 개인적으로는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다소 부담스러웠다. 송풍구 속이나 디스플레이 상단 쪽에 숨겨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운전자의 얼굴을 정확히 비출 수 있는 위치인 만큼 화상대화, 셀카 등 콘텐츠를 십분 활용하는 이들이라면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

대시보드 위에 우뚝 솟아있는 카메라. 화상대화나 셀카촬영 시 활용된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젊고 첨단화 된 내부는 운전석에 앉아 주행을 시작하면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주행을 시작한 후, 함께 동승한 기자가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작동시켰는데 운전석에선 이를 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화면이 보이지 않았다. 동승 기자가 영화를 보는 척 연기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이는 운전자의 시선을 교란할 수 있어 조수석 디스플레이에 특별한 레이어를 적용시킨 덕이다. 차가 정지한 상태에서는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지만, 운전자가 주행 중 시선을 조수석 쪽으로 돌리면 자연스럽게 화면이 어두워진다. 또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조수석에 사람이 앉지 않으면 작동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똑똑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차의 오너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돈 쓴 맛 난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기능은 따로 있다. 바로 11세대 E클래스에 최초로 적용된 '루틴' 기능이다. 루틴은 운전자가 원하는 차량의 기능과 원하는 조건을 연결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별도의 조작 없이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때에 실행시킬 수 있는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실내 온도가 27도 이상이면 통풍 시트를 작동 시키고, 앰비언트 라이트를 파란색으로 바꾸라'는 루틴을 '추워' 라는 이름을 붙여 생성한 후, "추워~"라고 말하자 곧바로 원하는 기능이 작동됐다. '더울때 알아서 에어컨이 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다. 벤츠는 향후에 이 기능을 업데이트해 반복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인공지능이 운전자 성향을 스스로 학습해 자동으로 맞춤 기능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10세대 E클래스에 적용됐던 도어 우드 마감이 사라지고 매끈하게 처리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이미 증명된 주행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E200과 PHEV모델인 E300e 모두4기통 가솔린 엔진이 달렸지만 마치 6기통 같은 주행감을 뽐냈다. 부드럽게 쭉쭉 뻗어 나가면서 고르지 못한 노면도 거뜬히 잡아낸다. 코너링 시 흔들림없이 땅에 붙어 돌아나가는 느낌도 여전히 황홀하다. E클래스를 타본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승차감과 주행감은 11세대에서 크게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지만, 여전히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두 모델의 기본적인 주행감은 비슷하지만 E300e의 경우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벤츠다웠다. 무려 전기로만 약 100km를 갈 수 있는 PHEV임에도 회생제동의 이질감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기존대로라면 배터리 충전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뚝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만, 벤츠는 승차감 저하를 용납하지 않았다. 배터리 달린 차들 속에서도 벤츠는 벤츠인가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먼저 탑재된 '레인 체인지' 기능은 한국에 안 들어오면 서운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레인체인지는 ADAS를 켜고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차선 변경을 스스로 해내는 기능으로,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와야하는 구간에 다다르자 알아서 3차선으로 이동해냈다.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야만 레인을 변경하는 현대차, 테슬라의 유사 기능과는 다르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 시점에 적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들여올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것이 벤츠 측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

11세대 E클래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유종의 미'라는 말이 떠올랐다. 충격적인 혁신이라거나 감동이 몰려오는 새로움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과 '시작'의 사이를 이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내연기관 벤츠의 상징이었던 편안한 주행감은 지켜내면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는 벤츠의 미래 방향성까지 잔뜩 머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PHEV라는 새로운 파워트레인 선택지는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한국에서만 20만대 넘게 팔린 10세대 모델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을 수도 있겠다.

▲타깃

-내연기관 E클래스 놓치기 아쉬운 당신, 마지막 기회입니다

-'차알못' 지인에게 더이상 C클래스로 오해 받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의할 점

-S클래스인 척도 못 한다

-터치 스크린으로 도배된 실내, 조작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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