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대하는 정부…녹록지 않은 현실 [상저하고①]
중국 더블딥 등 국·내외 경제 변수 산적
여름철 폭우·폭염 등 물가 자극 요인 상존
KDI, 경기 저점 지나는 중…반등에 무게
정부가 예상한 우리 경제 ‘상저하고(上底下高, 경기가 상반기 저조하다 하반기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 상황이 갈수록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반기 들어서도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좀처럼 개선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 중국 경기둔화 영향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을 밑돌아 상저하고 실현 여부와 시기 지연 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2%p 낮춰 잡은 1.4%로 전망했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1.4%)와 동일하다. 당시 한은도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p 하향 조정했다.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수출 부진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수출 4.5% 감소를 예상했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이 6.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조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15% 이상 줄면서 9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던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14억 달러 적자를 냈다.
7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12억 3300만 달러 1년 전보다 15.2%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내림세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이러한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中 더블딥 우려…체감 물가 여전히 높아
국·내외 경제 변수도 많다.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 이후 반짝 회복했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더블딥은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단기간(1~2분기) 회복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고강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리오프닝 국면이 열리자 세계적으로 기대가 상당했다.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수요로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2%를 기록하면서 회복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5월부터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각종 경제 지표들이 고꾸라지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소매 판매는 1년 전보다 12.7% 늘어나는 데 그쳐 상승 폭이 전월(18.4%)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산업 생산 증가율도 3.5%에 멈췄고 수출은 7.5% 감소했다. 리오프닝으로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경기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에 높은 체감 물가도 상저하고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또 농식품을 중심으로 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고 외식 물가상승률은 6.3%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3% 올랐다. 이 가운데 식품 부문은 4.7% 상승해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도 지난 2월 3.6%에서 3월 7.3%로 치솟았다가 4월 3.1%, 5월 3.5%, 6월 3.7% 등으로 3%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7월 폭우에 이어 8월 폭염, 9월 태풍 시즌까지 당분간 기상 악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물가 자극 요인도 상존하는 상태다.
일각서 반등 가능성 제시…경기 저점 지나가
연속된 약세에 따른 반등론도 있다.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발표한 ‘7월 경제동향’을 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 감소 폭이 축소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있고 서비스업과 고용 여건도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저성장이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으로 ‘경제 활력 제고’, ‘민생 경제 안정’, ‘경제 체질 개선’을 중장기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물가안정에 유의하면서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등 거시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조합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반기 물가 상승요인 억제 및 공급 불안 요인 관리를 지속하고 핵심생계비 부담 경감을 통해 서민·취약계층 등 생활안정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정보기술(IT) 업황에 대한 개선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민생경제 안정과 경제체질 개선 등을 위한 주요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9개월째 수출 부진…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 [상저하고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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