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최은순 부실수사한 검찰, 배후는 누군가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장모 최은순씨(오른쪽). 21일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는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통장 잔고증명 위조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지만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옵니다. 검찰이 기소단계에서 관련 혐의를 축소해 결과적으로 형량이 낮아졌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씨의 요양급여 불법수급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을 때도 검사의 부실기소가 논란이 됐습니다. 법조계에선 최씨에 대한 일련의 검찰 부실기소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시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법원이 이번 항소심에서 최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땅 매입과정에서 349억 원의 잔고증명서(총 4장)를 위조하고, 이 가운데 100억 원에 대해 위조증명서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한 것 등 세 가지입니다. 1심에서도 동일한 혐의가 인정돼 최씨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일부 혐의가 축소됐다고 지적하는데,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법원이 검찰이 혐의를 축소해 기소한 데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만 기소하고 행사한 혐의는 기소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며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은순을 기소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다"며 "그러한 판단 근거를 상세히 밝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최씨의 4장(349억 원)의 잔고증명서 위조 가운데 1장인 100억 원에 대해서만 행사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나머지 3장이 제외된 것에 의문을 표한 겁니다. 검찰이 그나마 100억 원 행사 혐의로 기소한 것도 최씨가 관련 민사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법원에 위조증명서를 제출하는 '실수'를 저지른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의 답변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행사 혐의는 100억 원 부분만 기소됐고,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검찰이 수사 의지가 강했다면 최씨에 대해 사기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견해도 제기됐습니다.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은 땅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게 명백했기 때문에 충분히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검찰은 당시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심스러운 최은순의 부실기소·늑장기소
법조계에선 항소심에서 최씨의 형량이 징역 1년이 선고된 데 대해서도 재판부가 최대한 선처를 베푼 것으로 해석합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사문서 위조죄의 기본형량은 최대 2년이며, 가중요소가 있는 경우 최대 3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재 적용된 혐의만으로도 징역 2년 정도는 선고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검찰이 위조증명서 행사를 추가하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면 형량이 크게 높아졌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일각에선 징역 7년까지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검찰의 최씨에 대한 부실기소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요양급여 부당수급 무죄 판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최씨는 의사가 아니면서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 23억 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최씨가 실질적으로 병원 운영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사의 증명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죄의 의심이 가지만 검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이들 사건에서 나타난 검찰의 문제는 부실기소뿐이 아니라 늑장기소도 있습니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공범을 통해 최씨 혐의가 확인됐는데도 기소를 하지 않다 여론에 밀려 뒤늦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는 2017년 공범들의 대법원 확정판결로 최씨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3년 동안 기소를 미루다 2020년에야 정치권 고발로 기소했습니다. 요양급여 부당수급 사건도 2015년에 최씨의 동업자들이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최씨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20년이 돼서야 여론에 떠밀려 최씨를 기소했습니다.
이런 검찰의 봐주기 의혹의 배경에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검이 2020년 '장모 사건 변호 문건'을 작성해 최씨 측에 넘겼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문건이 유출된 것이 사실이면 결국 대검이 일선 검찰청 수사에 개입한 꼴이 됩니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이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윤 대통령을 고발하기로 한만큼 검찰의 부실기소와 늑장기소 의혹도 규명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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