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업계 실적 ‘곤두박질’…일본 수입맥주 ‘흥행몰이’

안세진 2023. 7.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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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등 수제맥주, 실적 악화
사진=안세진 기자

코로나 시기 크게 성장했던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주류 트렌드가 위스키·하이볼 등으로 바뀌면서다. 여기에 더 해 수제맥주 업계 성장을 이끌어온 편의점 콜라보 제폼이 소비자들 사이 시들해지기도 했다.

25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원에서 2017년 433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 2021년에는 152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제 맥주 제조업체 수는 2015년 72개에서 2021년 159개로 약 2.2배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같은 성장은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수제맥주의 주 판매처인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각각 60.1%, 76.6%, 65%로 직전 해(CU 255.2%, GS25 234.1%, 세븐일레븐 22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표 업체들의 실적도 엉망이다. 2021년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이 116억원으로 2021년(72억원)보다 60.2% 불어났고, 매출은 240억원으로 16.9% 감소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분기 매출은 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39.3% 늘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제주맥주는 지난 12일 전체 임직원의 4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 등을 포함한 경영 쇄신안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대표이사는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곰표밀맥주로 유명했던 세븐브로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븐브로이는 올 1분기 매출이 53억원으로 1년 전(101억원)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83.3% 감소했다. 

앞서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상표권 계약을 맺은 후 ‘곰표밀맥주’를 출시해 누적 5800만캔 이상 판매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3월 상표권 사용 계약기간이 만료되며 양사의 관계는 틀어졌다. 세븐브로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판매금지 가처분 조치를 신청하며 소송전에 나섰지만 매출의 90%를 의존하던 곰표밀맥주가 사라져버린 만큼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안세진 기자

수제맥주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엔 일본 수입맥주의 성장이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5553톤, 수입액은 456만달러(58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264%, 291% 늘었다. 전체 맥주 수입량 가운데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였다. 수입 맥주 4캔 중 1캔은 일본산이라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둔 상황에서 예년과 다른 점은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사히, 삿포로의 경우엔 최근 신촌, 홍대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마케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팝업스토어에 가보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며 “맛도 맛이지만 재미를 소구하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에서 출시된 타업체들과의 콜라보 제품이 수제맥주 경쟁력을 잃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인지도가 낮은 자사 브랜드 대신 다른 업종의 브랜드와 협업한 맥주를 출시하면서 단번에 인기몰이를 나섰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편의점 CU 한 곳에서만 출시된 콜라보 수제 맥주는 대략 40여종인데, 이 중 20여종은 이미 단종됐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몇 번은 호기심에 구매로 이어진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제품도 많아지면서 소비자 피로도도 쌓였고, 기업 입장에선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선 또다른 콜라보를 해야하는 악순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수제맥주가 다시 인기를 얻기 위해선 맛과 품질에 대한 검증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노력을 이어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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