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상속세 마련 지분 매각… 투심 악화된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추진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분을 사들이기로한 사모펀드(PEF)의 핵심 출자자(LP) MG새마을금고가 최근 사모펀드 출자 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으면서 속도가 지체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예상보다 더딘 거래종결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그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인 11.8%를 PEF인 라데팡스파트너스(이하 라데팡스)에 3200억원에 넘기는 거래를 진행 중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을 이끄는 지주회사다. 지분은 넘기지만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송 회장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상속세 납부에 사용될 예정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20년 타계한 후 송 회장과 세 자녀 임종윤·주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1.5대1대1대1’비율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9%를 상속 받아 약 50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문제는 예상보다 지체되는 거래 종결 시점이다. 한미사이언스는 5월 3일 공시에서 거래 종결일을 ‘5월 30일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제시한 바 있다. 1차 목표로 세웠던 5월 30일보다 두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거래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는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도 꼽힌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4월 14일 52주 신고가(4만6250원)를 경신한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전 거래일까지 30.1% 하락했다. 한미약품도 특별한 악재 없이 지난달 중순 고점 대비 14.9% 하락했다.
관련해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거래는 진행 중”이라며 “지난달 새마을금고 투자심사위원회가 열려 자금 집행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진행된 새마을금고 투심위에는 총 1960억원의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출자 예정 금액인 2400억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정상적으로 출자가 된다 하더라도 출자금이 줄어든 탓에 라데팡스는 440억원의 자금을 다른 기관 출자자에게 받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 관련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거래 속도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자택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를 두 차례 압수 수색을 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기존 투자된 자금도 회수하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수천억원의 신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안에 대한 세부사항은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최근 중앙회 투자 흐름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출신 배경태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1년 만에 자진 사임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상속세 해결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한 탓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초대 전략기획실장으로서 기획실 역할 정립과 방향성을 잡는 작업을 완료했으므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본인 의사에 따라 자진 사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복잡해진 후계구도 셈법
시장에서 라데팡스 거래종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한미약품그룹의 후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당초 한미약품그룹의 후계자는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서 임기만료로 물러나게 되면서 후계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졌다. 세 남매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율은 비슷하다. 임종윤 사장이 9.91%, 임주현 사장이 10.20%, 임종훈 사장이 10.5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은 11.66%이다. 따라서 송 회장이 힘을 실어주는 곳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송 회장의 지분을 라데팡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결정을 하면서 향후 후계구도 전망이 더욱 복잡해졌다. 라데팡스 거래가 완료되면 송 회장 지분율은 11.66%에서 2.6%로 줄어들며 라데팡스가 지분 11.8%로 최대주주에 오른다. 임주현 사장 지분은 10.20%에서 7.4%로 줄어든다. 경영권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송 회장의 경영권은 유지되지만 라데팡스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 승계에 관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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