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해 저축은행→카드사로…“연말 더 어렵다”

정진용 2023. 7. 25.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반토막
카드·캐피탈은 1.3배 ‘풍선효과’
“취약차주 제도권 밖으로 안 밀려나게 막아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였다. 그러자 카드,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로 서민 급전 수요가 몰리고 있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 캐피털 업계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8752억원) 대비 약 150%, 1분기(1조6386억원) 대비 약 34% 늘어난 규모다.

카드·캐피탈사 중금리 신용대출은 지난해 1분기(2조1100억원), 2분기(3조6549억원), 3분기(2조8661억원)에 2~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에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급감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대출금리가 안정되자 중금리 신용대출 규모가 다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등급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중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다. 보통 카드사보다는 인터넷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공급을 주도해왔다.

중금리 대출이 카드사 등 여전업계로 몰리는 이유는 저축은행들이 대출에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나빠진 저축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31개사로 지난해 1분기 36개사보다 5곳 줄었다.

2분기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원으로 1분기(1조6685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2분기(3조3733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저축은행의 보수적 태도는 3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카드사를 제외한 비은행기관 대출태도는 △저축은행 -23 △상호금융은 -22 △생명보험회사 -11로 나타났다.

대출태도 지수는 100에서 -100 사이에 분포하는데 지수가 양(+)이면 대출심사를 ‘완화’할 것이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강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관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지수가 음수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양수일수록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

문제는 카드사 역시 건전성 위험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론 잔액은 증가 추세다. 7대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4조8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34조1130억원)에서 7000억원 넘게 늘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1분기 카드론 평균 연체율은 2.13%다. 지난해 2분기 1.54%와 비교하면 0.59%p나 상승한 수치다.

연체액도 같은 기간 5400억원에서 76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카드론보다 기간이 짧은 대신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현금서비스 역시 잔액이 늘었다. 3개월 사이 1500억원가량 늘어 지난달 말 6조3000억원을 넘겼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경기가 둔화하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무상환능력이 나빠진 한계차주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 저하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권에서 중금리대출을 축소하다 보니 카드업권 중금리대출 취급건수와 실적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달금리 변동 폭을 반영해 하반기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일제히 올렸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상호금융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은 올해 상반기 9.01%에서 하반기 10.5%로 높아졌다.

카드는 11.29%에서 12.14%로, 캐피탈은 14.45%에서 15.5%로, 저축은행은 16.3%에서 17.5%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전문가는 제도권 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차주가 더 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00~5.25%인데 여기에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곧 0.25%p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차가 2%p까지 벌어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아마 기준금리를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다. 올해 말이 아마 서민들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제도권 내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없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