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치인 홍준표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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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정치관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를 거부한다거나 광고를 끊어 옥죄겠다는 식의 태도가 최근 화제였는데, 정치인 홍준표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 두 가지가 추가됐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그처럼 소신 있게 행동하고 정면 돌파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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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정치관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를 거부한다거나 광고를 끊어 옥죄겠다는 식의 태도가 최근 화제였는데, 정치인 홍준표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 두 가지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한국 정치판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자극적인 언사 몇 가지를 제외하면, 특히 홍 시장의 정책적 주장엔 합리적인 구석이 꽤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틀린 말이 없네" 싶은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는 사사로운 유불리를 따져 신념을 버리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그처럼 소신 있게 행동하고 정면 돌파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홍 시장의 19일 기자회견은 그의 정치 이력에 중대한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괜한 트집을 잡는다"며 당당하던 자세는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사과드린다"는 말로 대체됐다. 이 말의 핵심은 국민이 아니라 당원에 있다. 홍 시장은 당내에서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자신의 대권가도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걱정해 현실과 타협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자는 홍 시장의 최초 해명에 대체로 동의한다. "공무원이 주말에 골프를 치든 말든 그것은 사생활"이라는 항변이 귀에 거슬릴지언정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중요한 건 골프라는 특정 스포츠 종목이 아니지만 여론은 대체로 그 단어에 집중한다. 국민의힘이 징계 사유로 삼는 죄목도 실체가 불분명한 ‘국민 정서’다. 홍 시장이 같은 시간 골프가 아니라 등산을 갔다면 논란의 정도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접근은 이성적이지 않다.
상황을 뒤집을 만한 추가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홍 시장에게 잘못을 따질 명분도 약하다. 주말에 개인 차량으로 지인과 골프를 치러 간 게 전부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구시의 재난대응 매뉴얼을 위반했거나 결과적으로 재난대응에 문제를 야기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 경우라도 홍 시장이 자신의 주말 시간을 어떤 스포츠 종목에 할애했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순 없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었다. "나라를 운영하려면 담대한 추진력과 정치력, 소통력이 있어야 한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홍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는데,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곳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제였다. 이를 두고 홍 시장 스스로도 자신의 확장성이 증명된 것이며, ‘시원시원하게 할 말은 하는’ 정치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애초부터 트집 잡힐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일이 벌어진 후 위기관리 대응 방식은 그가 자부하던 소통력이나 정치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홍 시장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한 20일 밤 페이스북에 ‘과하지욕(跨下之辱,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이라고 올렸다가 다음 날 아침 삭제했다. 큰 꿈을 위해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치욕을 참는다는 현실 타협이나, 자고 일어나 간밤의 다짐을 뒤집는 것이나, 궁색하기는 매한가지다. 홍준표가 홍준표답지 못하면 그가 정치판에 존재할 이유도 없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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