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팜유·기름 들썩…국제 원자재값, 호우 겪은 국내 물가 올리나

정종훈 2023. 7.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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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채소류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기나긴 장맛비로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해진 가운데 국제 원자잿값이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주요 곡물과 팜유가 식품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기름값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이달 이후에도 계속 물가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소맥) 선물 가격은 5000부셸(1부셸은 약 27㎏)당 757.5달러(약 97만원)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21일보다 8.6% 치솟았다. 이달 초 시세인 640달러대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옥수수 선물 가격도 568.2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 급등했다.

여기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와 대(對) 우크라이나 공격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세계 주요 곡물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어긋나면 국제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빵·면·밀가루 같은 식품 가격도 자연스레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협정이 이대로 종료되면 글로벌 곡물 공급 손실이 월 300만t 내외에 달할 것이다. 특히 7월은 우크라이나 밀 수확·수출 시기로 밀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의 팜유 농장.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팜유 선물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 말엔 t당 3200링깃(약 89만7000원) 안팎이었지만, 그 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달 24일엔 4092링깃(114만7000원)을 기록했다.

올해처럼 엘니뇨가 발생하면 팜유 생산지 가뭄 등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엔 중국 내 수요 증가, 식용유 가격 강세 등도 팜유 시세를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팜유는 과자·라면 등에 쓰이는 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가공식품 가격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밖에 이달 3주차 국제 대두 가격은 6월 대비 8% 가까이 상승했고, 설탕 가격도 지난달 저점 대비 12.9% 올랐다.

먹거리뿐 아니라 그간 잠잠하던 기름값도 반등하는 모양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4일(현지시간) 배럴당 82.52달러까지 올랐다. 4월 25일(82.79달러)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브렌트유와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도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미국 내 원유 재고 감소, 중국의 경기 부양책 관련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전 세계적 폭염, 경기 회복 움직임과 겹쳐 당분간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질 전망이라 하반기 우상향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경유 판매 가격이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집중호우 후폭풍을 겪은 국내 물가 전선은 휘청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수해를 입은 시금치·상추의 평균 소매가격(24일 기준)은 한 달 전보다 두 배 안팎으로 뛰었다. 이번 달뿐 아니라 다음 달 폭염·태풍, 9월 추석까지 가격을 올릴 요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상추·시금치·닭고기·깻잎 등엔 최대 30%까지 가격 할인을 지원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흔들리면 향후 8~9월 물가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오를 만큼 오른 수입발(發) 물가가 더 상승하면 체감 물가에 빨간불이 들어와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7월 일반 식용유 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9~21% 올랐고, 라면 제품 가격도 6~17% 상승했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도 내림세를 끝내고 2주 연속 반등하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우 피해도 있고 식료품·석유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다 보니 추석 전까진 소비자 체감 물가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국제 유가 추이가 변수"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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