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위'도 잠룡?…"바이든·트럼프 둘 다 싫어" 제3 후보 누구

김선미 2023. 7.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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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제3후보를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미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더힐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격돌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두 후보 모두에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를 공략할 '제3의 후보' 물색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조 맨친(76)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선 래리 호건(67)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 글렌영킨(57) 버지니아 주지사가 또 다른 후보로 부상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유력 선두주자인 두 전직 대통령에 반기를 들며 존재감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두 주요 정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은 '(바이든·트럼프 후보가) 유일한 선택지인가'라는 의문과 좌절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내 야당' 조 맨친


미국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꼽히는 조 맨친(76) 의원. EPA=연합뉴스

최근 더힐을 비롯한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제3의 후보는 조 맨친 의원이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보수 성향을 띤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7일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정치 단체 '노 레이블(No Labels)이 내년 4월쯤 새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을 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미 의회 상원 100석의 구조를 보면 맨친의 위치는 더 특별하다. 민주당과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51석을, 공화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어, 그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입법을 주도한 그는, 바이든 정부가 IRA를 통해 전기차 렌터카·공유차량 등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자 "미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반기를 들기도 했다.

맨친 의원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는 지난달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정하진 않았다"면서도 "만약 출마할 경우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제3의 후보로 출마하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비(非) 트럼프' 래리 호건과 글렌 영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래리 호건(67) 전 메릴랜드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에선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전 주지사의 출마 선언도 점쳐진다. 노 레이블의 공동 대표를 맡은 데다, 오랫동안 공화당 '잠룡'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 주지사 퇴임 당시 77%(ABC 볼티모어 설문조사)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건은 메릴랜드 주지사를 지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지난 2021년 공화당 내 서열 3위였던 리즈 체니 하원의원 총회의장이 트럼프와 갈등을 빚다가 당직을 박탈당했을 때에도 "한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아 공격을 받고 쫓겨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3월 반(反)트럼프 표가 분산되면 안 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23일(현지시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는)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 승리해 '공화당 스타'로 떠오른 글렌 영킨(57) 주지사. AP=연합뉴스


2021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버지니아주에서 승리해 '공화당의 스타'로 떠오른 글렌 영킨 주지사도 있다. 공화당 내 트럼프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던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예상외로 고전하자, 공화당 내 기부자들이 영킨 주지사에게 주목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공동대표 출신인 그가 아직 뚜렷한 정치색을 보이진 않았지만, 트럼프와는 다른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3지대 열풍 뜨거운 이유는


제3의 후보들이 주목받는 건, 미 유권자들이 바이든·트럼프 두 유력 후보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 6월 NBC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두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이뤄질 경우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4%에 달했다. 같은 달 CNN의 설문조사에선 두 사람 모두 싫다고 응답한 비율이 36%로, 바이든·트럼프 각각의 지지율인 32·33%를 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후보가 고령, 사법 논란, 극단적인 이념 등 문제로 오랫동안 미국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해왔다"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양강구도가 지배했던 미국에서 제3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외신들은 선거의 당락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 주에서 득표수가 높으면 선거인단 수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체제'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전체 지지율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배했다. WSJ는 "경합주에서 제3의 후보의 표가 어디로 갈지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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