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호까지 등장한 교실..."학생 지도활동 법적보호 필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이후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8월까지 교원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을 담은 고시안을 발표하고,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사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다. 대부분 교사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혼자 대응한다. 지난해 7월 한국교총이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권 침해 발생 시 ‘혼자 해결’(32.7%)하거나 ‘참고 넘긴다’(19%)는 교사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최근 교권 침해가 심해지면서 교원단체나 교육청이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교원단체들은 교권 침해 신고시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제공하고, 심한 경우 사설 경호 서비스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원안심공제서비스를 통해 긴급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를 지원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경호 서비스를 실제 활용한 교원들이 있었고, 전화기 지원 사업은 올해 더 확대해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교사들이 반대했던 교실 내 CCTV 설치 요구도 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는 “교내 선생님들의 교권 보호를 위해 초중고 학교의 CCTV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권침해 등을 전담하고 있는 전수민 변호사는 “최근 수업 중 ‘바디캠’을 달아도 되냐는 교사들의 문의가 들어온다”며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수단과 방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 속도 낸다
윤 대통령은 24일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을 만난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청, 시도의회와 협의해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인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몇 년 동안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교원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학교의 상황은) 조례의 영향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가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희성 교사노조 부대변인은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을 대척점에 두면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동안 교사들의 권한은 묶여버린 것”이라며 “아동학대법, 학교폭력 관련법들을 손 봐야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조례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와 학부모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연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학생 권리 외에 책무성에 대한 조항을 넣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의한 교육활동보호 조례안에는 학부모 등 외부인이 학교에 출입할 때 절차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교원단체 “교육활동 보호 입법화 우선돼야”
교원단체는 그간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입법화를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회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가 법제화됐다. 하지만 교원의 지도 행위를 아동학대로 간주하지 않는 면책 조항(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경우 보호 장치를 두는(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생의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을 통과시키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교사의 96%, 학부모의 88%가 학생부에 기재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국회와 논의해 조속히 입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교원단체도 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부에 기록하면 교사가 더 많은 소송에 휘말리고 학부모가 민감해지는 부작용이 염려된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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