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車 고르세요? 그렇다면 ‘기아 스포티지 LPi’ [면허 1년차 시승기]

정진주 2023. 7.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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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도 질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
유지비·넓은 내부·편한 편의사양
기아 스포티지 2.0 LPi. ⓒ정진주 기자

“차를 사게 되면 ‘이 차’를 사야겠다.”

그동안 더 성능 좋은 프리미엄 차들도 여러 차례 타봤지만 직접 차를 구매하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차’는 운전 초보이자 사회초년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이라 처음으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가격, 연비, 성능, 친환경성 등 모든 방면에서 준수한 성적으로 내 마음에 안착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3박4일간 서울, 경기도, 인천 등에서 ‘기아 스포티지 2.0 LPi’를 운전해봤다. 시승기간이 길어 도심, 고속도로, 비포장도로, 빗길, 평일·주말 낮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해볼 수 있었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측면. ⓒ정진주 기자

차알못(자동차를 알지 못하는) 기자도 스포티지를 익히 들어왔지만, 그 생김새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마! 서퍼티지!’라는 밈(유행)에 얽힌 일화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다.

그 일화는 부산에서 진상 고객이 나타나면 직원이 나서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전(?)해 진상을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한 주차장 입구에서 길을 막던 스포티지 차량을 향해 다른 차주들이 “보소!”, “아이씨(‘아저씨’의 방언)!”, “마! 서퍼티지!”하고 부산 특유의 다혈질과 사투리로 응수한다는 내용으로 밈(유행)이 됐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정면. ⓒ정진주 기자

이런 이유로 스포티지하면 ‘아저씨’, ‘거칠다’, ‘흔하다’ 등과 같은 연관 키워드가 떠올랐다. 별다른 기대 없이 처음 마주한 스포티지는 기자가 갖고 있던 기존 편견과 이미지를 엎어놨다.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이했지만, 시대에 따라 5차례 변화한 스포티지 LPi는 올드한 느낌 없이 젊고 세련된 인상이었다.

LPG 차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전기차와 견줬을 때 디자인에서는 압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LPG 차와 전기차 모두 친환경적이라는 정체성에 연비 등 같은 장점을 지녀 경쟁 구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이질적인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많이 채택돼 낯설고 어색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내부. ⓒ정진주 기자

국내 준중형 SUV 판매 1위인 스포티지는 기존 이미지대로 흔하기는 했다. 주차장에 가는 길에서도, 주차장에서도, 도로로 내 옆 차선에도, 맞은편 차선에서도 높은 확률로 마주쳤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려면 무난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공식도 보기 좋게 틀렸다. 나름 MZ세대로서 흔하거나 단조로운 디자인보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스포티지는 흔해도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모티콘 ‘>ㅡ<’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귀엽지는 않고 묵직한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중후한 느낌으로 중장년 느낌도 아니고 날카로운 선과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조합으로 스포티함도 놓치지 않아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외관 색상도 쨍하지 않고 차분한 ‘베스타블루’로 도회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이로써 스포티지는 스포츠(Sports)+대중(Mass)+명품(Prestige)의 합성어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뒷좌석. ⓒ정진주 기자

실제로 구매를 해본다고 생각하니 가격부터 고려됐다. 이전에는 시승 차량 가격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너무 고가여서 사지도 못할 차이기 때문에 주행경험에 더 중점을 뒀었다. 스포티지 LPi는 2538만원에서 3284만원로 아주 부담 없는 가격은 아니지만, 길게 생각하면 가성비 좋은 가격대다. 시승차는 노블레스 트림으로 2987만원(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적용한 현재 가격)이다. 여기에 12.3인치 내비게이션(94만원) 외 다른 옵션은 없다.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됐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차량 가격과 5년간 유류비의 합산 기준 가솔린은 3480만원, 디젤은 3504만원, 하이브리드는 3919만원이다. 이 중 LPG가 3339만원으로 가장 경제적이다. 연간 유류비도 휘발유 모델보다 41만원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7월 둘째 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오르는 반면 LPG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어 이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스포티지 LPi 복합연비는 9.2km/ℓ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트렁크. ⓒ정진주 기자

스포티지 LPi는 준중형 SUV로 운전초보자에겐 약간 크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차로 시작하다가 큰 차로 바꾸면 더욱 적응하기 힘들어 큰 차로 연습해서 운전감각을 키우기 좋다. 5세대 스포티지는 전 모델보다 전장 175mm, 전폭 10mm, 전고 15mm, 축거 85mm가 늘어났다. 기존 LPG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트렁크 바닥면도 도넛형 모양 탱크 적용으로 기존보다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공간은 637ℓ로 2열 폴드도 가능해 캠핑 등 레저활동도 가능하다.

기아 스포티지 2.0 LPi 트렁크 열리는 높이. ⓒ정진주 기자

추가 옵션 없이도 각종 기본적인 편의, 안전사양도 초보자에게 적합했다. 그동안 탔던 모든 차량 중에 가장 강력하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줬다. 아직 터널이나 옆에 대형 차량 등이 지나가면 차선 가운데로 가지 않고 쏠릴 때가 있는데 이때마다 스포티지 LPi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정신차리라는 듯 스티어링 휠을 강하게 잡아줘 안심이 됐다.

차 기능을 잘 다루지 못하고 운전자가 크게 신경 써서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비가 내리면 와이퍼가 자동으로 움직이는데 2~3초면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리거나 부슬비로 10초 이상 내려야 시야가 흐려지는 등 비가 오는 정도에 따라 와이퍼 속도가 저절로 조정된다.

뒷좌석에서 본 트렁크. ⓒ정진주 기자

자체 내비게이션 성능도 편리했다. 보통 자체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앱보다 상세하지 않거나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가 많아 카플레이를 애용해왔는데 스포티지 LPi로는 내내 자체 내비게이션을 이용했다. 운전미숙으로 엉뚱한 곳으로 갔을 때 길로 인식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샛길로도 알려줘 맞는 방향을 알려줬다. 또 내비게이션 안내의 시인성이 좋아 운전하던 중에 길을 잃는 횟수가 훨씬 줄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직관적으로 표시돼 헷갈릴 일이 많이 없었다.

드라이빙 모드마다 바뀌는 색. ⓒ정진주 기자

전기차와 비슷하게 주행 소음도 적었다. 4일간 비가 자주 내렸는데 조용한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다만 전기차보다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오르막길에서 약간 더 답답하게 오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때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더 강력한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스마트로 총 4가지가 있다. 드라이빙 모드와 기어 모두 다이얼 방식이다. 크기가 다르지만 익숙하지 않을 때 운전 중에 안 보고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려다가 기어를 변속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이얼 기어와 드라이빙 모드. ⓒ정진주 기자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탁월하다. LPG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0.006g/km로 경유차 배출량(0.56g/km)의 9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에서 플레이리스트 표시된 창(위) 플레이리스트 숨긴 창(아래). ⓒ정진주 기자

▲타깃

-운전이 미숙하거나 넉넉한 주머니를 가지지 않은 당신

-오각형으로 점수가 평균 이상인 차량을 찾는다면

▲주의할 점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민망한 사람은 힘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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