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지만 '이런 다이아'가 좋다…최전방 여군 소초장 '남다른 꿈'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전방에서 소초(小哨)는 긴급 초동조치를 위해 소규모 인원이 상주하는 곳을 뜻한다. 보통 병력은 소대급이다. 소초는 같은 생활관을 쓰고, 대개 자체 취사한 밥을 먹는다. 제6보병사단(청성부대) 백은주 중위는 여군 소초장이다. 방탄모에 박힌 다이아몬드 두 개에 그가 책임지는 전방 소초의 무게감이 담겨 있다. 백 중위가 지휘하는 소초의 부소초장도 여군(부사관)이다.
2021년 임관한 백 중위는 앳된 외모와 달리 남성 못잖은 체력을 자랑한다. 20발을 쏴 이 중 18발 이상을 명중하는 특급사수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군인이었다. 백 중위는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충무공처럼 되고 싶었다. 나라를 지키고, 나라에 도움이 되면 자부심을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장 태권도 도장을 다녔고, 중ㆍ고등학교 때 선수로 활동했다.
백 중위 어머니가 그의 입대를 특히 반겼다. 어머니는 원래 군인이 되려 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접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백 중위를 자랑스러워하고 주변에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는 “가장 마지막에 깃발을 꽂는 병과”인 게 멋있어 보병을 지원했고, 지난해 2월 최전방 소초장으로 부임했다.
당찬 백 중위지만, 전입 첫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낯설고, 긴장됐다. 무엇보다 내가 소초장으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업무를 파악하고 환경에 적응했지만, 아직도 전방 생활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밤낮이 바뀐 게 힘들다고 한다. 전방 지휘관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감이 더 큰 만큼 수면시간이 준다.
소초장인 백 중위의 수면 시간은 하루 6시간가량이다. 야간 경계 마치고 3시간을 취침한 뒤 점심때 일어나 일을 보고 야간 경계 들어가기 전 나머지 3시간을 마저 자는 방식이다. 완전무장한 채 초소를 순찰하고, 긴장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도 “내가 최전선에서 휴전선을 수호한다는 마음으로 버틴다”는 그다.
백 중위는 “한 달에 나흘씩 받는 휴가 때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게 낙”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그에게 “대단하다”면서도 “나 같으면 절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친단다.
여군이라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지만, 아무래도 남성인 소초의 용사(병사)들과 스스럼없는 사이로 지내는 게 쉽진 않다. 생활관에 들어갈 때마다 노크는 필수라고 한다. 그래도 진솔하게 다가가 소통하면서 용사들의 마음을 샀다.
백 중위의 포부는 ”힘닿는 때까지 나라 열심히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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