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막은 대북 확성기 재개되나…통일부 "필요시 조치"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때 개정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등을 재개정하지 않고도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검토를 끝내고 "추후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전단법은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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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 조치" 첫 언급
통일부는 24일 '확성기, 대북 전단 등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완료했느냐'는 본지 질의에 "정부는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 후 "9·19 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고, 통일부는 이에 따라 현행 법체계 내에서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가능할지 지난 1월부터 자체 검토에 착수했다.
통일부는 이후 반년 넘게 대외적으로 "계속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적절한 조치"를 언급하며 사실상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당시 9·19 남북 군사 합의(2018년)를 콕 짚어 지목한 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 24조는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라는 명목으로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살포를 금지했다. 또한 25조는 "위반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상호 비방 및 적대 행위 금지라는 남북 간 '합의 사항'에 대해 처음으로 '형사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 대북 심리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 셈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맺은 합의를 근거로 한 조치였다.
법 개정 없이도 심리전 가능
다만 같은 법 안에는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이 있다. "대통령은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23조 2항)는 내용이다. 형사처벌을 명시한 개정 25조도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그러하지(처벌하지) 아니하다"(25조 1항)며 처벌 조항 무력화 가능성을 열어 놨다.
대통령이 기존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면 법 개정 없이도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현행 법체계 내에서 대북심리전이 가능할지 통일부가 검토해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실제 통일부가 받은 법률 자문의 요지는 "9.19 군사합의를 비롯해 남북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한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일괄 정지하거나, 최소 관련 대목 일부라도 효력을 정지할 경우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형사 처벌도 어렵다"는 내용이다.
다만 9·19 합의 외에도 4·27 판문점 선언 등 역대 남북 합의에 상호 비방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효력 정지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는 추후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북한법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한명섭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자체가 남북합의서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남북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한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되면 그간 금지됐던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형사 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미 한국에 대한 노골적 비방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민간에서 하는 심리전 행위까지 막는 게 상호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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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도발에 고강도 경고
통일부가 남북 합의 효력 정지에 따른 대북 심리전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법률 검토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선을 넘는 도발을 계속하는데 대북심리전까지 막아 놓는 것은 보유한 '실탄'도 쓰지 못하는 격이 될 수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공식 지명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합의를 선별적으로 고려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한데 북한이 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못하고 고강도 도발을 하면 정부도 나름대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정부가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단할 경우,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한 발판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부터 대북 심리전에 대해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고 보고, 날아오는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쏘거나 확성기 방송 중단을 조건으로 회담 테이블에 앉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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