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AI와 소송을 한다는 것

정승훈 2023. 7. 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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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가 된 인공지능(AI) 측의 반론이 시작됐다.

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가인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 및 사라 앤더슨은 지난 1월 생성형 AI 기업인 드림업·미드저니·스테이블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I 기업 측은 "원고는 AI가 훈련 데이터로 사용한 저작물을 특정하지 못했고, 원고의 저작물과 유사한 생성 결과물도 특정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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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피고가 된 인공지능(AI) 측의 반론이 시작됐다. 저작권자들이 AI가 만들어낸 생성물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예상이 더 많았다. 저작권자들이 첨단 기술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저작권 침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 법률의 틀 안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저작권자들에게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레이터 및 만화가인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 및 사라 앤더슨은 지난 1월 생성형 AI 기업인 드림업·미드저니·스테이블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AI 기업들이 원작자 동의 없이 웹에 있는 작품을 동원해 AI 도구를 훈련시켰고 이는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I의 생성 결과물은 저작권자가 만든 특정 이미지의 2차적 저작물이고, 운영사가 AI 생성 결과물을 사용해서 얻은 상업적인 이익은 예술가들의 수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I 기업 측은 최근 법원에 원고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AI 기업 측은 “원고는 AI가 훈련 데이터로 사용한 저작물을 특정하지 못했고, 원고의 저작물과 유사한 생성 결과물도 특정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가 어떤 저작물을 어떻게 침해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주장해야 하는데 원고는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AI 측은 또 원고가 AI 생성물이 훈련 이미지로부터 파생된 2차적 저작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예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기업이 저작권 침해로 얻은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입증하지 못했고, 해당 저작권 침해와 AI 기업이 얻은 이익 간의 인과관계 설명도 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AI의 저작권 침해를 저작권자가 증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AI 생성물 관련 저작권 소송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직관적으로 비슷하다고 판단이 가능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보다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저작권 침해는 증명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증명하기 어렵다고 해서 AI가 이들의 작품을 학습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성 결과물이 어떤 작품을 학습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저작권자가 AI 기업을 법률적으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AI의 저작물 학습을 검증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 등을 통해 저작물의 활용 비율 등이 공개될 수도 있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AI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미국 로펌 클락슨은 지난달 저작권 침해 문제 외에 컴퓨터 사기, 통신감청과 통신비밀침해 등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시하며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AI 측의 반론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앞으로도 AI 생성물을 둘러싼 분쟁과 다툼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복되는 법정 공방은 저작권자에게도 AI 기업에도, 그리고 전체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란의 해결을 무작정 법원으로 넘길 게 아니라 추가 입법과 제도 정비를 통한 해결을 모색할 때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등은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업 활성화와 저작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선 AI 기업과 저작권 당사자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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