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명 피해 줄일 산사태 대책으로 개혁해야
7월 집중호우 기간 중 인명 피해가 사망 47명, 실종 3명, 부상 35명인데 상당수는 산사태(680곳)로 매몰되면서 발생했다. 주요 산사태 발생 시작점을 촬영한 헬리콥터와 드론 동영상 및 필자가 현장답사에서 확인한 상태를 종합해보면 인명 피해가 컸던 경북 7곳 중에서 최소 5곳은 벌목, 임도 등 인위적 개발지역에서 규모가 큰 산사태가 집중돼 피해를 키웠다. 또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정부의 산사태 위험관리지역에서 거의 빠져 있었다.
이같이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70~80%가 사람이 건드린 곳이다. 지난 30년간 이런 문제점이 계속 경고됐는데도 경직된 관료시스템은 바뀌질 않고 똑같은 원인에 따른 억울한 인명 피해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탁상행정식 산사태 관리시스템 때문이다.
첫째, 전국적인 산사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 필자가 2006~2009년 행정안전부 의뢰로 ‘사면붕괴예측 및 대응기술개발’을 연구한 결과, 국내 산사태 관리지역이 약 100만개로 추정되므로 실태 파악이 우선이라는 보고서를 26개 정부 부처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를 도외시하고 행정편의적으로 산림청에서는 산사태 취약지역 2만6000곳, 행안부는 급경사지 위험지역 1만6000곳, 국토교통부는 도로와 철도 2만곳을 관리하고 있다. 모두 10만곳이 안 되므로 90만곳(90%)은 실태 파악도 안 돼 있는 실정이다.
둘째, 정부 주도의 형식적인 산사태 관리 방법도 문제다. 산림청이 지정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 지목만 관리대상이며, 사람이 건드려서 산사태 인명 피해가 실제로 집중되는 ‘밭, 논, 과수원, 도로, 주택, 태양광’들은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 행안부 소관의 급경사지 위험지역은 규모가 큰 인위적인 절개지와 옹벽(높이가 5m 이상이고 폭이 100m 이상)만이 지정되며, 실제로 인명 피해가 큰 소규모가 훨씬 많은데도 빠져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셋째, 산 상부는 산림청, 산 중턱부 도로와 철도는 국토부, 산 중턱부 태양광발전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 하부는 행안부가 행정편의적으로 따로 관리한다. 경북 예천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하부 마을이다. 산 상부 임도와 벌목이 주원인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데 산 하부 마을에 미칠 산사태 피해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난개발했기 때문이다.
넷째,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매번 무시된다. 예천군 하부 지역 주민이 상부 벌목의 산사태 위험성을 인지해 상부 지역 주민에게 벌목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묵살됐다고 한다. 또 벌목을 허가한 지자체에 중재 민원을 제기해도 개인 간의 일이라고 방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산사태로부터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2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정부는 현재 정부 주도의 예측 한계와 산사태 위험성을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폭우 때 재난방송을 통해 산림청에서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알리는 것은 주민들이 피할 최소한의 기회조차도 빼앗는 잘못된 내용이다. 산지에서 사람이 건드린 지역의 하부 주민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더라도 무조건 피하라고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하부 지역 주민들의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내 지질특성에 해답이 있다. 산지가 70%이고, 산에는 대부분 암석이 있으며, 암석 상부엔 약 1m 깊이의 얇은 토사가 덮여 있으므로 산 상부에서 사람이 건드린 곳은 산 쪽과 하부 주택 사이에 약 2m 높이의 철근 콘크리트 보호벽을 만들면 하부 주택이 보호된다.
둘째, 각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이 국가 산사태 재난관리시스템의 하부 조직에 법적·제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들이 실시간 변화하는 산사태 위험성을 파악해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대처하는 민관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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