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고물가는 탐욕의 결과인가

2023. 7. 2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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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금리로 민생이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어선 2021년 4월 이후 2년이 지나도록 고물가가 해소되지 못했다.

원자재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탐욕적인 이윤 추구로 인해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논쟁이 촉발됐다.

수요가 감소해 기업 이윤이 축소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기업이 탐욕에서 벗어나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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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이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어선 2021년 4월 이후 2년이 지나도록 고물가가 해소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경기는 부진하다. 물가와 이자 부담이 높은데, 임금은 물가만큼 오르지 않으니 국민이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작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원유와 곡물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임금도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자연스레 눈길이 기업에 쏠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물가 상승의 45%가 기업 이윤으로 설명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원자재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탐욕적인 이윤 추구로 인해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논쟁이 촉발됐다. 고물가에 따른 국민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기업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가격상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은 탐욕스러운가? 기업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 이윤 추구는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해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원동력이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도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중장기적 이윤 추구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이윤 추구가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면 과도한 욕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욕심은 기업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다.

대부분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유동성을 대규모로 풀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수요가 늘면 기업은 가격을 올리고 공급을 확대한다. 임금은 더디게 조정되므로 기업 이윤이 증가한다. 즉 기업의 탐욕이 아니더라도 수요 증가가 기업 이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요 감소는 기업 이윤 축소의 요인이다. 가격 상승은 기업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 수요를 줄이면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기업이 공급을 늘리지 않고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구매하지 못한다. 헝가리 정부는 에너지와 식료품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가 수급 차질이 심화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되돌렸다. 가격상한제의 전형적 귀결이다.

경제 상황에 비춰 가격이 적정한지를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기업이 수급 상황에 비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다면 이윤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이윤 추구에 실패한 기업의 몫이다. 가격 인상에 대응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결정이다. 가격 조정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에 이른다.

기업의 탐욕이 법을 넘어 불공정거래 행위로 이어진다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독점적 지위 남용이나 담합은 공급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진입 장벽을 높여 공급을 제한하는 행위는 건전한 경제 발전을 방해한다. 택시업계 이익을 보장하느라 ‘타다’와 같은 운송서비스 공급이 제한되고, 의사집단 반발로 의대 정원이 확대되지 못해 만성적인 의사 부족을 겪고 있다. 다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처방은 물가를 신속히 안정시키지 못하는데, 물가 안정이 달성되더라도 추진해야 한다.

결국 물가가 안정되려면 공급 여건에 맞게 수요가 줄어야 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한다면 물가는 결국 안정될 것이다. 수요가 감소해 기업 이윤이 축소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기업이 탐욕에서 벗어나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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