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디자인의 기적, 서울

2023. 7. 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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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대한민국의 경제 성공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홀로 선봉에 선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투자가 그나마도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암흑과 같은 끔찍한 도시환경 속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꿈꾸지 못한 공공디자인의 진흥을 서울시와 오 시장은 시작했고 디자인서울 2.0으로 다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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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흔히들 대한민국의 경제 성공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국민이 잘 모르는 유사한 성공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수도 서울이 지난 15년간 이뤄온 ‘공공디자인의 기적’이다. 과거 서울이라는 도시는 삶의 질이나 이미지 측면에서 세계 주요 도시 250여개 중 80위대를 넘나드는 불편하고 기억되지 않는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이제 글로벌 톱 5위를 외치고 있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처음으로 ‘디자인서울’을 선언할 당시가 뚜렷하다. 서울 주요 대로들은 노점상과 불법가판대, 각종 공공시설물들의 중복 설치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폭이 2m도 나오지 않아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도 쉽지 않았다. 또 알록달록한 초대형 평판으로 제작된 옥외광고물들이 거리와 건물을 뒤덮은 것이 일상이었다. 돌이켜보면 디자인서울 1.0의 비우고 통합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던 계획들 모두가 오 시장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5개 자치구에 1개씩 추진된 ‘디자인서울거리’는 예쁜 것이 아닌 걸을 수 있는 폭을 확보해주고 시설물들을 통합해 질서와 안전이 내팽개쳐진 서울 주요 거리들을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수준으로 바꿔준 획기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 사업이었다. 디자인서울거리는 당장에는 예산이 조금 더 투여되더라도 작은 보도블록들을 유럽과 서구 선진국처럼 넓은 화강석으로 포장해 40~50년간 바꾸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최초의 혁신이었다. 또 옥외광고물들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건물 3층 이하에만 1업소 1간판으로 정비됐고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디자인서울거리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튼튼하다. 또 보통 시민들에게 가장 편리한 일상을 주는 평탄도를 줬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의 기반을 만들어줬다.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지만 꽃담황토색의 오렌지택시는 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고 서울서체와 서울색, 해치는 아무런 상징도 없는 이 도시에 일말의 가능성을 줬다. 한강르네상스 중 하나인 반포 달빛무지개분수는 최근 루이비통이 가장 힙한 패션쇼를 잠수교에서 연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인서울이 서울을 ‘쿨한 도시’로 이끈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17조5000억원, 디자인산업은 20조원이 넘는 규모지만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같은 공공 부문이 투자하는 공공디자인은 불과 1.3%도 되지 않는다. 홀로 선봉에 선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투자가 그나마도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암흑과 같은 끔찍한 도시환경 속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꿈꾸지 못한 공공디자인의 진흥을 서울시와 오 시장은 시작했고 디자인서울 2.0으로 다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아직도 공공디자인을 우리의 본질적 삶을 바꾸는 기본 장치가 아닌 도시 미관이나 바꾼다는 편견 속에서도 미래의 도시, 가장 힙하고 쿨한 ‘글로벌 K문화도시’로 바꾸기 위해 서울의 공공디자인은 달리고 있다. 한강의 기적에 가까운 공공디자인의 기적은 계속돼야 한다.

최성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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