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인공지능에 너무 의존 말고 두뇌 활발히 써야

2023. 7. 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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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법


이광형 KAIST 총장,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챗GPT의 열풍이 거세다. 일반 회사에서 이용하고, 교육 현장에서 이용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챗GPT가 질문에 대하여 똘똘하게 답을 주고 있고, 심지어 질문에서 요구하는 그림도 그려준다. 현재 추세로 보면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활용은 더욱 가속될 것 같다. 이처럼 놀라운 속도의 AI 발달에 따라 우리 인간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일자리의 변화이다. 교육과 회사의 업무에서 상당 부분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의 창의적인 영역까지 AI가 침투해 오고 있다. 소설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일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뇌세포 사용할수록 발달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
인공지능에 맡긴 채 복잡한 일 피하면 인간 두뇌는 퇴화
AI 시대 창의력 필요한 연구개발 중요성은 더욱 커져
AI 기술 개발 및 활용 관련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

물론 AI를 이용할 때는 마지막 단계에서 인간이 점검하고 최종 승인을 해야 실제 적용된다. 처음에는 인간이 AI가 적절하게 일 처리를 했는지 정신 차려서 볼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AI가 일을 잘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다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케이 버튼을 누를 것이다. 우리는 요즘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에는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길을 알려주는지 확인하면서 운전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비게이션을 믿고 따른다. 이제 우리 인간은 복잡한 길거리 지도를 외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골치 아프게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어졌다.

휴대폰 의존에 전화번호 기억 못 해

퍼스펙티브

이처럼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뇌에 있는 뇌세포도 근육에 있는 근육세포처럼 자주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하게 된다. 우리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사람이 한 달 동안 누워 있으면, 다리 근육이 눈에 띄게 축소된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신체가 각 부위에 따라서 역할이 다르듯 뇌에서도 각 영역에 따라서 기능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주로 사고 작용을 많이 한다. 복잡한 일을 해결하든지 또는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곳이 바로 전두엽이다. 우리의 삶은 일상생활 속에서 골치 아픈 복잡한 일들이 많다. 모두가 전두엽이 할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은 골치 아픈 일들의 연속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동안 전두엽은 계속하여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좀 더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닌가 한다.

우리 뇌의 귀 부근에는 측두엽이 있다. 이곳은 기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글을 읽든지 말을 듣고 의미를 이해한 내용을 이곳에 저장한다. 학교에서 시험공부를 하기 위하여 암기하는 내용은 바로 측두엽에 저장된다. 학교 공부를 할 때는 측두엽 발달이 왕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암기를 하는 일이 드물다. 그때에는 측두엽의 발달이 둔화할 것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뇌의 기능 중에서 기억력이 가장 먼저 감소하는 것 같다. 실험 결과는 없지만 필자는 아마 평상시에 암기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쇠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나이 들면 전개 빠른 영화 이해 어려워

실제로 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다. 우리는 가끔 인터넷 접속을 시도할 때, 본인 인증을 위해서, 휴대폰을 통해서 보내주는 암호를 입력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보통 여섯 자리 숫자를 준다. 휴대폰에서 얼른 암호를 읽고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섯 자리 숫자를 한꺼번에 외우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앞 세 자리 입력하고 다시 뒤 세 자리를 읽어서 입력하곤 했다.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다. 긴 전화번호도 금방 외웠다. 나를 과거로 되돌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여섯 자리를 통으로 외워서 입력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달이 지나자 이제는 적응이 되었다. 나의 암기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뇌의 뒤쪽에는 후두엽이란 곳이 있다. 이곳은 눈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이다. 시신경을 통해서 들어오는 영상을 이해하는 역할을 한다. 얼굴에 있는 눈은 정상이더라도 이 부분을 다치게 되면 시각 처리 작용을 상실하게 된다. 나이가 들게 되면 템포가 빠른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다. 분명히 영상을 봤는데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후두엽의 쇠퇴에서 온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어린이들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많은 영상을 보면서 자란다. 과거 어린이들보다 영상 처리 정보량이 많고 속도 또한 말할 수 없이 높다. 아마 현재 어린이들은 후두엽이 무척 발달해 있을 것이다.

편안한 길 추구하다간 뇌 위축

그럼 약 30년 후 우리 인간의 뇌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전화번호나 길거리 지도를 외우는 일은 너무나 오래전 일이다. 숫자를 암산하는 일도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비서가 전화를 받고 일정 관리하는 일은 AI가 잘할 것이다. 변호사나 변리사가 판례를 모아서 분석해주는 일도 먼 옛날의 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의사도 환자 개인별 데이터에 의해서 AI가 진단하고 이에 맞는 처방을 해주면, 그것을 추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마디로 해서 인간은 불편하고 골치 아픈 일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아주 편안한 가운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것이다. 30년 후에는 주 3일 또는 주 4일 근무하며, 여가를 어떻게 즐길까 하는 것이 고민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다. 그런 생활을 한 두 해가 아니라 10년 20년 거듭하고, 일생을 여유롭고 한가하게 놀면서 지낸다면 인간의 뇌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의 뇌는 매우 적응력이 빠르다. 그리고 언제나 편한 길을 선택한다. AI에게 복잡한 일을 시키면 되기 때문에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전화번호를 휴대폰이 저장해주기 때문에 굳이 외우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생활을 약 10년 했더니 이제는 외우려 해도 외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뇌이다.

미래 일반 대중의 뇌는 상당히 쇠퇴해 있을 것이다. 복잡한 일을 하지 않는 전두엽은 현재에 비해 작아져 있을 것이다. AI가 지식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측두엽도 위축되어 있을 것이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것보다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흡수하는 경향에 따라서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은 위축되고, 영상을 처리하는 후두엽은 발달할 것이다. 아마 미래에는 상당히 둔감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AI 선진국에는 일자리 늘어

물론 이러한 뇌 수축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식을 습득하고 복잡하고 창의적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뇌는 다를 것이다. 지식을 AI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뇌 속에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측두엽은 계속 발달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남다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전두엽은 계속해서 발달할 것이다. 대표적인 창조 작업이 예술인데, 상당 부분의 예술도 AI가 대신하게 되면 남아 있는 창조 활동은 어디일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연구개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구개발은 AI가 대신할 수 없고,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연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하게 경쟁하는 사람의 뇌는 쉴 수가 없다. 그래서 뇌가 계속 발달한다. 뇌가 발달한 사람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 말한다.

이러한 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AI에 의존하지 말고, 복잡한 일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머리가 좋아져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분야의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AI 분야가 대표적이다. 첨단 AI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 서비스를 만드는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AI가 보급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AI 선진국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이광형 KAIST 총장·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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