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에 극한 밥상물가…한국, 스위스 다음 비싸다
최근 극심한 호우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물·치킨을 제외한 12개 주요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보다 높았다. 24일 중앙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글로벌 조사기관 넘베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국의 주요 식료품 구매 비용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01.01달러(약 12만9000원)로 OECD 평균(63.41달러)의 1.6배였다. 1위는 스위스로 151.8달러였고, 한국 다음으로는 아이슬란드(97.98달러), 노르웨이(86.99달러), 룩셈부르크(82.19달러)의 물가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78.27달러로 6위, 일본은 66.03달러로 13위였다.
넘베오 분석에서 주요 식료품은 우유(1L), 식빵(500g), 흰쌀(1㎏), 계란(12개), 치즈(1㎏), 치킨(1㎏), 쇠고기(1㎏), 사과(1㎏), 바나나(1㎏), 오렌지(1㎏), 토마토(1㎏), 감자(1㎏), 양파(1㎏), 양상추(1개), 물(1.5L)을 기준으로 했다. 한국에서 이 품목을 모두 1단위씩 구매할 때 총비용은 101.01달러다.
100달러 기준으로 장을 볼 때 일본에서는 주요 품목을 모두 구매하고, 소고기를 2㎏ 더 살 수 있다. 미국 역시 소고기를 1.42㎏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4개 품목과 물 90㎖를 살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14품목을 1단위씩 구매하면 소고기를 60g만 살 수 있다. 만약 소고기 1㎏을 산다면 치즈 1㎏, 치킨 595g만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품목별로 뜯어보면 한국의 체감 물가는 더 비싸다. 15개 품목 대상의 가격을 OECD 38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는 12개 품목이 평균보다 비싸다. 오렌지·사과·감자·양파·바나나·토마토·우유 등 7개 품목은 38개국 중 가장 비쌌다. 오렌지는 OECD 평균 가격인 2.46달러와 비교해 2.55배 비싼 6.25달러다. 사과(2.42배)나 감자(2.38배)같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매일 먹는 흰쌀 1㎏의 경우 평균(2.28달러)보다 1.53배 비싼 3.44달러였다. 계란은 OECD 평균 가격과 같았으며 물과 치킨만 평균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식료품 구매 비용을 따져봤을 때도 한국은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월평균 GDP에서 식료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콜롬비아(5.3%), 멕시코(5.1%), 코스타리카(4.9%), 칠레(4.0%) 순으로 높았다. 한국은 바로 뒤를 이어 5위(3.8%)였다.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와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체감 물가는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휴가 포기족도 늘었다. 경제 회복의 관건인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잠정치) 성장했는데, 민간소비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늘어 성장에 0.3%포인트 기여했다. 내수 소비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경제가 뒷걸음질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조사연구팀장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2%대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체감 물가가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김기환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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