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주자 ‘아동학대’ 몰려… 설 자리 좁은 생활지도권

양한주 2023. 7.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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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2021년 4월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시끄럽게 하는 2학년 B군에게 '레드카드'를 준 뒤 방과 후에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도록 했다.

B군 부모는 교사에게 전화로 항의했고 학교를 찾아와 교감과 면담도 했다.

교사 C씨는 교칙에 규정된 기준보다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학생의 치마를 압수해 커터칼로 재봉선을 뜯었다가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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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장난친 학생에 ‘레드카드’
방과 후 청소시키자 학부모가 항의
이주호 “불합리 제도·관행 혁파해야
교권침해 땐 생활기록부 기재 추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 3개 교직단체가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시민이 회견장에 들어와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6개월 전 서이초 교사처럼 재직 중 사망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2021년 4월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시끄럽게 하는 2학년 B군에게 ‘레드카드’를 준 뒤 방과 후에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도록 했다. B군 부모는 교사에게 전화로 항의했고 학교를 찾아와 교감과 면담도 했다. 부모는 “아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며 B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교사는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는데,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부모 행동이 부당한 교권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B군 부모는 교육청에 수차례 민원을 내고, 법원에 교권보호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까지 냈다.

교육청과 법원은 모두 B군 측 손을 들어줬다. 교육청은 A씨의 지도가 B군의 인격권과 휴식권을 침해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A씨는 ‘레드카드제’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광주고법은 이 같은 점 등을 근거로 A씨 교육 활동은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 이름을 공개하거나 강제로 청소 노동을 부과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 침해행위”라고 봤다.

24일 국민일보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판결문에는 교사의 지도가 아동학대나 학습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분쟁 대상이 되는 사례가 다수 나온다. 교육현장에서는 생활지도 범위가 좁아지고, 아동학대 처벌 사례까지 나오면서 교사들을 고립무원 처지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 교실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한 중학교 교사 B씨의 지도도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교사 C씨는 교칙에 규정된 기준보다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학생의 치마를 압수해 커터칼로 재봉선을 뜯었다가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수차례 주의에도 말을 듣지 않아 한 행동이었지만 C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의 범위가 모호한 데다 교사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어 소송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고 토로한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사가 교권보호위 신청을 하면 학생 측에서 맞불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참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학부모들도 민원을 내면서 ‘안 들어주면 신고하겠다’고 해 교육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 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했고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며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의 교권침해 징계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내용의 교원지위향상법 개정과 교원 교육활동이 ‘아동학대’에서 면책될 수 있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처벌법 등의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생활지도 책임을 현장교사 한 명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레드카드제’ 같은 생활지도까지 문제가 된다면 교사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교사를 지원할 보조 인력,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전담관 등을 확충하고 학부모가 생활지도 책임을 함께 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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