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트서 골프채로…그린서 날린 인생 홈런
키가 1m70㎝도 안되는 단신의 왼손잡이 골퍼 브라이언 하먼(36·미국)이 24일(한국시간) 영국 위럴의 로열 리버풀 골프장에서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인 끝에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김주형과 존 람(스페인), 제이슨 데이(호주) 등이 합계 7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로리가 쫓아온다. 너는 긴장해서 무너질 거다.”
3라운드 선두에 오른 이래 하먼은 여러 차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리버풀 갤러리는 이 지역 출신 토미 플릿우드와 영국 출신 로리 매킬로이, 라이더컵에서 유럽 대표로 활약하는 존 람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키가 작은 무명의 왼손잡이 하먼을 적대시했다. 하먼은 차가운 비와 싸늘한 악담을 동시에 견뎌야 했다.
그의 인생도 그랬다. 하먼은 키가 1m70㎝도 되지 않는다. 공식 프로필에는 1m70㎝로 되어 있지만 “컨디션이 좋고 굽이 있는 신발을 신은 날 잰 키”라고 밝혔으니 1m60㎝대로 봐도 무방하다. PGA 투어에서 가장 작은 선수 중 하나다. 이번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92야드로 100위가 넘는다.
로리 매킬로이는 5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추격을 시작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키 1m88㎝의 존 람도 5번 홀 버디로 몸을 풀었다. 5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하먼은 5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존 람에 3타 차로 쫓겼다.
하먼은 2017년 US오픈에서 4라운드 선두에 나섰다가 2위로 밀렸던 경험이 있다. 하먼은 PGA 투어 2승을 거뒀지만, 마지막 우승을 거둔 지는 6년이 됐다. 그 6년 동안 하먼은 톱 10에 무려 29차례나 들었지만, 우승을 한 번도 못했다. 3라운드에서 하먼이 5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마지막 날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하먼은 마지막 날 사냥꾼처럼 냉정했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사냥하러 다녔다. 여덟 살부터는 사슴의 껍질을 직접 벗겼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영국 언론은 그런 그의 경력을 빗대 ‘도살자(butcher) 하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먼은 ‘키가 작다’는 말을 오히려 동력으로 삼았다. 하먼은 “남의 평가는 듣지 않는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게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을 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먼은 어릴 적 야구를 했다. 뛰어난 1번 타자, 유격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몸이 아파 야구하러 가지 못하고 우연히 타이거 우즈의 경기 중계를 보게 됐다. 우즈가 홀인원을 한 1997년 피닉스 오픈이다. 이후 골프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야구할 때 ‘우투좌타’였던 게 왼손으로 골프를 하게 된 계기다. 하먼은 평소에는 오른손을 쓰는데 골프를 할 때만 왼손잡이로 변신한다. 하먼은 특히 이번 대회 3m 이내 거리에서 59번 퍼트를 해서 58번 성공했다. 벙커에는 두 번밖에 빠지지 않았다.
■ 브라이언 하먼 …
「 ◦ 생년월일 : 1987년 1월 19일
◦ 태생 :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 출신교 : 조지아대
◦ 체격 : 1m70㎝·68㎏
◦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 293야드
◦ 우승 경력 : 2014년 존 디어 클래식, 2017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 2023년 디 오픈
」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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