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구했네 ‘품절대란’ 그 과자···먹태깡 찾아 3만리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진욱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3@mk.co.kr) 2023. 7. 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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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7일 오후 5시,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역 인근 한 편의점. 빽빽이 진열된 스낵 코너 가운데 텅 비어 있는 한 자리에 ‘먹태깡(청양마요맛) 1700원’이라고 적힌 제품 라벨만 쓸쓸히 붙어 있다. 종로구 3곳, 성북구 3곳의 편의점 상황 역시 마찬가지. 편의점 직원들과 점주들은 “발주가 한 주에 4봉지로 제한돼 있어 들어오자마자 나가요” “요새는 저도 구경하기 힘들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휴대폰에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근처 매장의 재고를 확인해도 모두 ‘0’이다.

# 7월 18일 오후 3시, 대형마트는 어떨까 싶어 광진구 이마트, 송파구 홈플러스를 뒤졌지만 먹태깡을 구하지 못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워낙 소량으로 들어와 10시에 오픈 즉시 완판됩니다”라고 들려줬다. 결국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인근 주소의 판매자를 찾아 8000원이라는 웃돈을 주고 2봉지를 구매했다. 판매자는 “처음 나왔을 때 안주용으로 10봉지 정도 구매했는데 갑자기 이게 인기더라고요. 저는 이미 충분히 먹어본 것 같아서 리셀을 결정했어요”라며 먹태깡을 건넸다.

농심 신제품 ‘먹태깡’이 흥행으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지난 6월 26일 출시된 먹태깡은 맥주 안주로 인기가 많은 먹태의 맛과 곁들임 소스인 청양마요맛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1971년 출시 이후 50년 동안 ‘스낵 강자’로 군림한 새우깡 시리즈의 6번째 제품이다.

어렵게 구한 만큼 부푼 기대를 안고 봉지를 뜯으니 알싸하고 고소한 향이 코를 감싼다. 생김새는 새우깡과 다르다. 새우깡보다 더 큰 데다가 과자 표면에 청양고추 조각도 틈틈이 박혀 있다. 한입 먹어보니 먹태의 짭짤한 맛에 청양마요의 매콤함이 잘 어우러져 맥주와 궁합도 괜찮을 법하다.

지난 7월 17일 성북구 소재 한 편의점의 스낵 코너 진열대. 인기 과자 ‘먹태깡’의 재고가 소진된 모습. (진욱 인턴기자)
인기 어느 정도길래

44초 만에 ‘완판’ 진풍경

먹태깡 인기는 돌풍 그 자체다.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은 출시 1주일 만에 초도 물량 100만봉이 완판됐다. 2주 차에는 30만봉이 모두 소진, 3주 차에는 판매량을 40% 늘려 42만봉을 생산했지만, 금세 팔렸다. 3주 만에 172만봉이 팔린 것. 현재 물량 부족에 편의점 발주는 제한된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한 편의점에서 발주할 수 있는 먹태깡 물량은 최대 4봉지로, 일부 편의점은 제품 입고 상황에 따라 발주가 중단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소량이나마 제품을 들여올 때마다 완판되고 있다. ‘운이 좋아야’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먹태깡을 보기 힘들자 소비자들은 먹태깡을 사기 위해 농심 자사몰인 ‘농심몰’로 몰렸다. 농심몰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먹태깡 출시 전 대비 200%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도 출시 전보다 250% 늘었다는 게 농심몰 측 설명이다.

하지만 농심몰에서 먹태깡을 검색해봐도 ‘다음에 만나요’라는 품절 표시만이 뜰 뿐이다. 하루 2번(오전 9시, 오후 2시) 총 200박스, 주말에는 오전 9시에 100박스를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구매 수량도 1회당 4봉지로 제한했지만, 판매가 시작되면 평균 2분 내로 품절된다는 게 농심 관계자 말이다.

이런 품귀에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 1700원의 상품이 1봉지 기준 3000~7000원으로, 약 2~3배 이상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는 쿠팡·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배송비 포함, 1만원 중·후반대 가격이 형성된 것도 확인된다. 티몬에 따르면, 7월 19일 오전 10시부터 ‘10분 어택’으로 판매한 ‘먹태깡 16봉들이 230박스’가 단 44초 만에 완판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난 7월 18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인근 주소의 판매자를 찾아 웃돈을 주고 구입한 먹태깡. (조동현 기자)
희소성에 따른 ‘화제성’

‘인기 지속’은 아무도 몰라

먹태깡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일각에서는 농심이 일부러 ‘희소성 마케팅’을 펼쳐 품귀 현상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희소성 마케팅’이란 수요 대비 의도적으로 공급을 제한해 제품 품귀 현상을 끌어내는 판매 전략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면 누구나 희귀함이라는 것에 끌리기 마련”이라며 “제품이 가진 매력에 희소성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주장에 농심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먹태깡이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아울러 농심은 품귀 현상을 인지하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생산량을 30% 늘렸다”며 “8월부터는 부산 공장 내 타 스낵 생산설비를 이동해 먹태깡 생산에 집중, 생산량을 1.5배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이 의도했든 아니든, 먹태깡의 인기에는 희소성에 열광하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먹태깡의 희소성이 화제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한정판 제품을 구매한 후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명 ‘인증샷’ 문화가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았다.

아울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 여러 유명 유튜버도 SNS에 먹태깡을 먹는 인증샷이나 영상을 게재하는 등 희귀성에서 시작된 SNS 입소문이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한다는 분석도 적잖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는 먹태깡 해시태그가 1만회를 넘어섰는데, 이는 감자칩 시장 1위인 포카칩(3만5353회)과 비교해도 판매된 기간을 고려하면 엄청난 관심이다.

문제는 제품의 희소성에 따른 ‘화제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전에 품귀 현상을 빚었던 허니버터칩, 꼬꼬면 등도 제품의 생산을 늘리면서 희소성이 사라지자 바로 인기가 식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먹태깡을 먹어봤는데 크게 화제가 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예전 허니버터칩을 생각하면 한때 반짝하고 말 정도인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심 관계자도 “먹태깡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내부적으로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먹태깡이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려면 선례들과 다른 농심의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심이 먹태깡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실시한 마케팅 방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성을 일으켰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제품의 장기 흥행을 위해서는 소비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통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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