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막을 수 있었던 '그날 아침의 신고'

최희천 2023. 7. 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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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7시 51분부터 8시 전후 경찰·소방 조치 미흡... 흥덕구·청주시·충북도 등의 사전조치 실패

[최희천 기자]

  24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 압수수색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물로 특정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국조실)은 경찰관 6명에 더해 충청북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을 추가 수사의뢰했으며, 검찰 또한 충북경찰청·충북도청·충북소방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참사의 원인규명을 위한 광범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을 밝히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조항에 대한 위반과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해서 우리의 재난관리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참사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의 상황들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된 시점은 7월 15일 오전 8시 40분~45분께로 나와 있는데, 이는 지하차도가 상당 부분 잠기는 시점으로 보인다. 실제 오송 지하차도에 진입한 차량들이 통제 불능이 된 시점은 사고 직전 역주행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으로 볼 때 오전 8시 30분~35분께로 분석된다. <충북인뉴스> 보도에 따르면 궁평1리 전 이장은 "재난문자로 하천수위 상승이라고 발송(청주시청 발송, 8시 35분께)됐지만 이미 현장은 둑이 무너져 물바다가 된 후였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 참사를 막기 위한 마지막 시점은 오전 8시 30분께로 볼 수 있다. 왜 우리 재난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시점부터 하나씩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전 8시 이후 소방과 경찰, 자치단체의 대응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를 물 밖으로 인양한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전 8시 이후의 상황을 보면 8시 3분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소방상황실에 상황을 보고했다. 소방상황실은 8시 11분 청주시 당직실에 이 상황을 전달했지만, 청주시는 도로관리 주체인 충북도에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오전 8시 3분 소방대원이 도착한 이유는 오전 7시 51분에 장찬교 오송읍 궁평1리 전 이장의 '미호천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119 신고에 따른 것이다. 장 전 이장에 따르면(YTN 보도 참조), 참사 1시간여 전에 "임시 둑이 수위가 올라와 가지고 위에서 볼 때 육안으로 30cm에 불과하게 남았었다"며 "119 대원분이 오셨는데 우리로서는 감당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막아달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좀 행정과 관련해 연결해서 얼른 빨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자신은 8시에서 8시 10분께 임시 제방 둑이 무너진 것을 보고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오전 8시 직전인 7시 56분~58분에는 오송청주2구간도로확장공사 감리단이 '제방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궁평교차로와 궁평지하차도가 물에 잠길 수 있다. 궁평지하차도 차량통제가 필요하다'고 충북경찰청에 112 신고전화를 한 것으로 돼 있다.

결국, 흥덕 구청, 청주 시청, 충청북도, 행복청, 경찰, 소방 등 도로통제나 관련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관련 모든 기관들이 도로통제나 사전조치에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오전 8시 전후에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갔다.

이러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 각각의 대처와 함께 정부 시스템 간의 연계를 동시에 고찰할 필요가 있다.

긴급구조통제단 강화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지역 재난대응 시스템의 한계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국과수 등 유관기관의 합동감식이 지난 20일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현행 우리 시스템은 대규모 재난의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지역) 재난안전대책 본부가 구성돼 경계 단계를 발령하거나, (중앙·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2014년 이후에는 긴급구조통제단의 역할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개편되고 있는데, 그에 맞게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긴급구조통제단의 연계나 중앙과 지방과의 연계 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 재난안전법은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긴급구조' 조치를 규정(제3조)하고 있다. 긴급구조기관이란 소방청·소방본부 및 소방서를 의미하며, 재난안전법은 이와 관련해 긴급구조통제단의 구성(제49, 50조)과 강력한 권한 및 운영(제51, 52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호우와 관련해 중앙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 중이었고, 소방청도 13일부터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오송 지하차도가 위치한 충북 지역의 경우에는 참사 발생 하루 전인 14일에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됐는데, 참사 전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의 구성이나 가동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상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기존의 긴급구조통제단의 활동을 보면, 주로 화재나 폭발·붕괴 등이 발생할 경우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번 오송 지하차도의 사례처럼 익숙한 방식이 아닌 수해의 경우 사전에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은 제도적으로 구비돼 있지만 그간 익숙한 방식인 사고 후의 사후적 대처로 이어지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2014년 이후 법령상 긴급구조통제단의 권한은 강화되고 있지만, 위험이 증가하는 단계에서의 사전적 조치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정부 들어 재난 대응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나 권한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의 연계에 대한 고민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하차도 참사를 보면, 광역자치단체 수준과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재난 대응 또한 분리돼 제각각이었고, 할 수 있었던 조치들마저 부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조실 조사와 검찰 수사 등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광범위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참사의 교훈을 얻고 재발방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번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를 교훈삼아 개별 차원뿐 아니라 지역 시스템의 작동에 대해 현재의 문제들을 확인하고 그 한계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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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희천씨는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으로 재난 거버넌스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등 교직활동 이후, 사회적참사피해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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