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회 연락·문 '쾅쾅'…여가수 스토킹한 80대 남성

법원, 스토킹 범죄에 징역 2년
40시간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

지역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50대 여성을 스토킹한 8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159회에 걸쳐 문자를 보내며 집착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형사1단독(송병훈 판사)은 지난 23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86)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도 명령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 2018년 지역 가수로 활동하던 피해자 B(56)씨를 알게 되면서 팬으로 활동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B씨에게 자신의 요양 보호 업무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B씨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A씨의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의 일과에 대해 수시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등 심하게 간섭하기 시작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더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B씨에게 "방문 요양원 그만뒀다고 끝이 아니잖아. 정리해야 끝나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B씨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등 3월 3일부터 6월 18일까지 총 159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3월 9일 A씨에게 스토킹 범죄를 중단할 것과 피해자 주거 및 직장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피해자의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등에 송신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A씨는 법원 결정 이후에도 B씨 주거지 인근에서 B씨를 기다리는 등 총 26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B씨 주변에 접근했다.

A씨는 3월 23일 새벽 경북 포항 남구 B씨 주거지 부근 약 20m 떨어진 곳에서 B 씨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차량을 주차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접근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지만 3달에 걸쳐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피해자에 대해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며 "특히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도 무시한 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주변을 서성거렸고, 현재 아무런 피해 보상이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스토킹 살인사건 현장인 서울 중구 신당역 여성 화장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한편 지난 18일부터 스토킹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조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을 포함한 '스토킹 방지법’(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스토킹 예방·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이 법은, 스토킹 피해자 또는 그 가족에게 필요한 상담 및 의료·법률 지원 등을 하는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앞으로 112 또는 여성긴급전화(1366)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지원기관 연계가 가능해진다.

지난 2022년 9월 발생한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 법안은 ‘스토킹 처벌법’상 규정한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포괄해 ‘스토킹’의 개념을 정의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