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북 미군' 일주일째 묵묵부답...美, 과거 '웜비어' 같은 우려도
[한국경제TV 한지희 기자]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이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월북한 지 일주일째지만, 생사조차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킹 이등병이 평양으로 압송돼 조사받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과 그의 신병과 관련한 대화를 시작했다고 24일 공식 확인됐다.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두고 외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정전협정 하에 수립된 장치를 통해 (킹 이등병 관련) 북한군과 대화가 개시됐다"고 밝혔다고 AP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JSA 내 소통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JSA 내 소통 채널은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의 핫라인인 일명 '핑크폰'을 말한다.
핑크폰은 판문점 남측 지역 내 유엔군사령부 일직장교 사무실에 놓인 연분홍색 전화기다. 이 전화기는 북측 판문각에 놓인 전화기와 직통한다.
양측은 오전 업무개시 때와 오후 업무마감 때 등 하루 두 차례 전화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려고 핑크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우리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킹 이등병의 안전"이라면서도 그의 신병과 관련한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에 '핑크폰'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엔사가 여전히 킹 이등병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북측에서 그의 신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전달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당국자들은 킹 이등병의 안위를 걱정해왔고, 북한이 그에 대한 정보 제공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AP가 이날 보도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해리슨 부사령관도 지난 22일 서울에서 이뤄진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킹 이병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과 연락하고 있다"면서 핑크폰을 통해 북한군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과 전화통화를 개시한 유엔사는 우선 킹 이등병의 건강 상태와 소재 등 구체적인 신병 정보를 파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에 킹 이등병 송환과 관련한 대화도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매우 민감하다"며 더 자세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내외 매체를 불문하고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담화나 성명도 내놓지 않은 채 일주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사건이어서 어떻게 대응할지 여전히 고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은 지난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갈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달아난 뒤 다음 날 JSA 견학에 참여하던 중 월북했다.
킹 이등병의 지난 18일 월북 장면은 JSA에 설치된 우리측 CCTV 등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당국은 킹 이등병이 월북 직후 체포돼 JSA 북측 통일각으로 이송되고 차량에 태워지는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킹 이등병은 평양으로 압송돼 월북 경위 등을 조사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킹 이등병이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까지 확인했고 이후 이송 경로는 모른다"면서 "평양으로 압송돼 조사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미군의 월북 장면을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포착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남북 공동경비구역(JSA) 내에 CCTV가 설치돼 있다"며 "그러나 그 구체적인 설치 내역과 운영 현황에 관해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구 대변인은 CCTV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CCTV 영상이 공개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3일(이하 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그곳(북한)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다. 그들은 미국인 특히 군인을 포로로 잡을 때 이에 대한 대가(price)를 요구한다”면서 “이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에서도 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과거 '오토 웜비어' 사례를 빗대 우려했다.
이어 “킹은 (북한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 그것(월북)은 심각한 실수였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그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그를 석방하는 대가로) 웜비어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미 당국자가 돈을 지불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200만 달러의 청구서’를 발행했다”고 전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지희기자 jh198882@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