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식칼 훔쳐 택시탄 신림 살해범…지인 "번돈 술로 탕진했다"

김홍범, 이세영 2023. 7.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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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조모(33)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범인 조모(33)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음을 드러내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누굴 찔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던 조씨의 진술과는 달리 경찰 수사과정에선 범행 전 흉기를 훔쳐 택시를 타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당일 행적이 확인됐다. 조씨는 23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일인 지난 21일 낮 12시 3분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택시에 탑승해 1시간쯤 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할머니의 집에 도착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조씨는 자신의 인천 집과 할머니 집을 오가며 살았다. 당일 할머니와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오후 1시 57분에 할머니 집 인근 마트에서 식도 2점을 훔쳐 달아난 뒤 다시 택시에 탑승해 오후 2시 7분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도착했다. 요금을 안 내고 도망치느라 식도 1점은 택시 두고 내렸다. 조씨는 택시에서 내린 직후에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흉기에 20대 남성 1명이 죽고 다른 3명의 남성이 크게 다쳤다.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조씨는 체포된 후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다. 흉기를 휘두른 건 기억이 나지만 당시 피해자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진술해 왔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의 주장과 달리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범행 자체는 계획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전 계획 여부는 살인죄의 경중을 따지는 중요한 요소다. 조씨는 앞서 경찰 진술에서 마약류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했다가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의 범죄가 계획되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데 방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 자택에서 데스크톱 PC 한 점도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곧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평가척도(PCR-L) 검사 등 정신 감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씨의 지인들은 “조씨가 20대 초반까지는 아주 특이한 점이 없었지만, 20대 중반부터 도박 등에 빠지며 달라졌다”고 전했다. 조씨와 직장에서 만나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무렵까지 알고 지낸 한 지인은 “조씨는 외로움을 많이 타 주변인들에게 늘 술을 마시자고 했고, 술을 마시는 데 번 돈의 대부분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가족사와 관련한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20대 초반까진 아주 특이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도박에 빠지면서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씨와 소년원에서 함께 지냈다는 다른 지인은 “신림역 사건을 봤다. 보자마자 (조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인간 이하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20세였던 지난 2010년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이 주점에 들어온 손님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때려 얻은 상해죄를 포함해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까지 전과와 수사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지난 2010년에는 사기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신림역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의 피해자 사촌 형 김모 씨가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청원 글. 사진 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

서울경찰청은 오는 26일 피의자 조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을 공개할지 검토하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중대 범죄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 신상공개를 논의한다. 또 경찰은 범행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최초 유포한 인물을 추적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 유족은 조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자신을 피해자 사촌으로 밝힌 김모씨는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며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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