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100명 중 2명 아동학대 범죄자? 충격적인 통계 왜 나왔나

김민석 2023. 7. 24. 18: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교원 9910명 범죄자로 분류... 인권위, 법령 개정 의견 표명

[김민석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후 8년간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범죄자로 입력·관리되고 있는 유·초·중·고등학교 교직원은 9910명으로 밝혀졌다. 

교직원으로 분류한 9910명은 사실상 아동을 직접 교육하고 있는 교원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정의)에서 정한 "아동학대행위자"란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 및 그 공범을 말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전국 교원은 50만859명이다. 9910명은 전체의 1.98%이다. 100명 중 약 2명의 교사가 아동학대 범죄자로 판정받은 셈이다. 이는 최근 아동학대 민원으로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주장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다.

아동학대 행위자,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초중고 교직원 아동학대 행위자 현황
ⓒ 보건복지부
 
위 표에서 신고접수란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아동학대 상담 및 신고 목적으로 접수된 모든 사례를 말한다. 아동학대 의심사례란 아동학대로 의심되어 현장조사가 이루어지는 사례이다. 아동학대사례란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통해 아동학대사례로 판정한 사례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신고접수, 현장조사 등의 업무를 비영리 민간 법인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부여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조사를 거쳐 아동학대사례로 판단하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하여 관리했다.

교육활동에 대한 배려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과도한 아동학대사례 판단으로 일선 학교의 갈등이 증폭하자, 보건복지부는 2020년 10월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사업을 전개하고 신고접수, 현장조사, 아동학대 사례 판단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통합했고, 피해 아동 및 아동학대 행위자에 관한 정보는 민간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정보시스템에 입력·관리하도록 변경했다.

9910명의 교직원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로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기소, 법원의 유죄 판결과 관계없이 민간기관(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판단만으로 국가시스템에 사실상 아동학대 범죄자로 등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따른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법원, 수사기관의 장, 학교장은 아동학대 행위자에 관한 정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민간·행정부에 의한 아동학대 행위자 판단, 인권위 제소

2019년 11월 홍길동(가명) 교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사례판정만으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행위자로 판단한 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한 점 ▲기한의 정함 없이 보관하면서 자신에게는 어떠한 안내 절차도 불복 절차도 보장하지 않는 점 ▲관계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자신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점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정서학대) 사례 판단만으로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등록하여 관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진정에 대해 2022년 5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1년 6개월의 긴 장고 끝에 진정을 기각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적극 개입하였다면 오늘날의 학교 현장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 김민석
 
갈등과 혼란을 방치한 복지부, 뒷짐 지고 있는 교육부

2021년 9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선 2019년 홍길동 교사의 진정과 별개의 사건으로 "아동학대 혐의없음이 수사 및 사법기관의 결정이나 그 밖의 결정적인 증거 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사례 재판단 절차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표명을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홍길동 교사의 진정을 조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아동복지법 및 시행령 그리고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아동학대 행위자 개념은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법령 개정과 아동학대 사례 판단 및 변경 절차에 대해 당사자에게 내용을 통지하고 방어권 등을 보장하도록 아동학대 대응 업무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복지부의 약속을 믿고 홍길동 교사의 진정은 기각하고 복지부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종결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약속과 달리 아동학대 사례 판정에 대한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2020년 10월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보호자가 아동학대를 주장하기만 하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학교장의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지고 지방자치단체는 신고 사례의 대부분을 '아동학대사례'로 판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사례 판정이 보호자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주장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교육청의 역할은 전무했다. 교육부는 2022년 2월 처음으로 아동학대예방 매뉴얼을 학교현장에 보급했지만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안 처리 중심으로 작성돼 학교현장의 현실과 유리된 매뉴얼이었다.

9910명 교사, 어떻게 되었을까
 
 2021년 아동학대 신고 접수, 아동학대사례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5만 3932건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신고접수 5만 3932건의 96.6%인 5만 2083건을 아동학대 의심 사례로 판단했고, 현장조사를 통해 의심 사례의 72.2%인 3만 7605건을 아동학대사례로 판단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판단하는 아동학대사례는 아동의 복지 등을 훼손하는 복지적 차원의 광의의 개념이다. 사법기관의 형사처벌 결정에서 적용하는 아동학대 범죄 성립 여부와는 차이가 있다. "아동의 복지나 아동의 잠정적 발달을 위협하는 넓은 범위의 행동"으로 확대하여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나 환경,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 보호에 이르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에게는 지자체의 아동학대 사례 판단만으로도 담임 교체, 강제 휴가, 휴직, 명퇴, 면직의 위기를 맞을 수 있는 공포이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한 학교 내 사례 중 검찰에서 실제 기소한 사례는 1.6%에 불과했다. 수사기관은 지자체가 아동학대사례로 판단한 87.3%의 사례를 정식 사건 처리도 하지 않고 종결했다. 수사할 필요도 없이 아동학대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도교육청에 학내 아동학대 사안 전담 공무원·기구 필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안 처리 중심의 법률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사례는 86.3%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학교는 3.1%, 유치원은 0.3%에 불과하다.
 
 2021년 아동학대 발생 장소
ⓒ 보건복지부
 
서울 종로구 아동보호팀 담당자는 "최근 학교와 같은 집단시설의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 밝혔고,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사례 판단 이후 검찰의 무혐의 결정 또는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보건복지부의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아동학대행위자를 삭제할 권한과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백준수 교권법규국장은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는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을 전담하는 공무원과 기구를 교육청에 설치하자는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민석씨는 전교조 교권상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희망 인터넷판(http://news.eduhope.net)에 중복 송고 예정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