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안했다" 이화영 진술 뒤집은 친필편지…정치권 또 기싸움

최모란, 손성배, 이세영 2023. 7.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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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이 24일 오전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지검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수원지검 관계자에게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이 검찰과 여권, 더불어민주당 사이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1일 돌연 “사전 보고를 한 적이 없다”며 이를 뒤집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민주당에 보낸 탓이다.

민주당은 24일 “압박·회유를 통한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검찰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 4명(박범계·주철현·김승원·민형배)은 이날 오전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소환, 별건 범죄 수사·기소 등을 빌미로 무지막지한 회유와 협박을 시도하고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도 모자라, 조작된 진술과 거짓 언론 플레이로 여론재판을 이어가는 검찰 수사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승욱 수원지검장 면담도 요구했다. 수원지검 사무국장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면담이 어렵다”는 홍 지검장의 뜻을 전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확인하러 왔는데 안 만나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만간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부지사를 직접 접견한다는 방침이다.


이화영 “이재명 보고” 진술 해놓고, 편지선 “보고 안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옥중 자필편지. 사진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사측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7월 북한 측 인사로부터 ‘방북 비용이 든다’는 말을 듣고, 귀국 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후에도 “쌍방울이 본인들 비즈니스 때문에 100만~200만 달러를 북에 줬다. 내년엔 방북이 추진될 것 같다”는 취지로 두 차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지난 18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요청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1일 민주당을 통해 이를 뒤집는 친필 편지를 공개하면서 기류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편지를 통해 “김 전 회장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기지사 방북도 신경 써 달라’고 한 적은 있다”면서도 “이를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도 않았고, 즉흥적으로 한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도 지난 18일 민주당에 낸 탄원서에 “(검찰이) 가족은 물론 이 전 부지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조사·압수수색하고, 추가로 조사하겠다며 협박하는 등 고립시키고 있다”고 썼다.


검찰, “이재명 사전보고” 기존 진술 따라 3자 뇌물 검토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다만, 검찰은 친필 편지와 무관하게 이 전 부지사의 기존 진술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도 ‘도지사 방북을 서둘러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정 전 실장에게 최근 참고인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태 전 회장과 3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27일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친필 편지를 통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과 관련해 여권에서는 “이 대표 측이 회유라도 한 것인지 몰라도…이는 범인은닉·증거인멸 범죄가 될 수 있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찰 역시 친필 서한이 공개된 날 이 전 부지사를 불러 진술 번복 경위를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측은 “당 차원에서 이 전 부지사 측과 접촉한 적 없다”고 밝혔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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