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의원’ 11명 중 이해충돌 8명, 법발의 6명…“전수조사 필요”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들여다본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의원은 총 11명 중 8명으로 확인됐다. 거래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거래 횟수가 100회 이상인 경우다. 가상자산 거래 사실을 자진신고한 여야 의원 대부분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체 의원 대상 전수조사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자문위 관계자는 24일 “11명이 신고했는데 3명밖에 제외가 안 됐다. 전체적으로 거의 다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상임위엔 배정하지 말라는 권고를 국회의장실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각 의원의 동의를 받아 2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별 의원의 코인 거래내역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문위에 코인 거래내역을 신고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남국·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등 11명이다. 이들은 모든 의원이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6월 말까지 자문위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부칙에 따라 자진 신고했다.
김남국 의원 다음으로는 김홍걸 의원이 2021년 3월(1억5000만원)과 올해 2월(1억1000만원) 등 두 차례에 걸쳐 가장 많은 2억 6000만원을 투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각각 약 3000만원을 투자했다. 김남국 의원은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대금 9억8000만원이 초기 투자금액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 금액이 수백만 원대라고 밝힌 나머지 의원 중에도 거래 횟수가 100회를 넘는 경우가 여럿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문위는 각 의원이 보유한 코인 종류와 소속 상임위를 비교하는 방법으로도 이해충돌 여지를 살펴봤다. 가상자산 입법 관련 상임위로 국회 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문화체육관광·법제사법위원회 등이 꼽히는데, 11명 중 7명이 21대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원을 지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의정활동 차원의 ‘공부 목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으나, 일부 의원의 상임위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명 중 6명은 국회 기재위 소관의 가상자산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에도 참여했다. 권영세·김남국·이양수·유경준·황보승희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자는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홍걸·황보 의원은 올해 초 가상자산 소득공제 기준을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법안을 각각 공동발의했다. 이들 법안 모두 가상자산 투자자에 유리한 내용이다.
다만 이번에 자문위가 조사한 내용은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보유 사실을 감춰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국회법엔 신고 누락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다. 자문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법상 처벌 절차나 제재 조항이 없어, 신고를 누락해도 의원들이 추가로 징계 요구를 하지 않는 한 제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한 결의안대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자진신고한 의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자진신고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권익위가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설 수는 없으니 각 정당이 같이 또는 따로라도 조사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진상조사단을 꾸려 관련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국민의힘을 향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윤리특위에 제소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이 자문위에서 ‘제명’ 권고를 받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제소할 예정“이라며 ”김홍걸 의원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먼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자진 신고로 드러난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과 같은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권 장관의 거래가) 금액적인 측면에서 투기성 성격의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김 의원의 특수한 과정들은 보편적인 일반화와 같이 섞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자진해서 코인 거래내역을 제출했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윤리심사자문위가 월권행위를 통해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사항을 흘리고 김남국 사태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문희ㆍ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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