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물가' 따져보니...주요국중 韓보다 비싼 곳 스위스 뿐

박해리 2023. 7. 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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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식료품 구매비용은 101.01달러로 OECD 평균(63.41달러)의 1.6배로 나타났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극심한 호우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물·치킨을 제외한 12개 주요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보다 높았다.

24일 중앙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의뢰해 글로벌 조사기관 넘베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국의 주요 식료품 구매 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01.01달러(약 12만9000원)로 OECD 평균(63.41달러)의 1.6배였다. 1위는 스위스로 151.8달러이며 한국 다음으로는 아이슬란드(97.98달러), 노르웨이(86.99달러), 룩셈부르크(82.19달러)의 물가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78.27달러로 6위, 일본은 66.03달러로 13위였다.


일본서 소고기 2kg더 살때, 한국은 물1.5L도 못사


박경민 기자
넘베오는 전 세계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주요 국가나 도시의 생활물가, 부동산 가격, 인구 등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매년 2회 주요 식료품 19개 품목을 조사해 식료품 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지수에 사용하는 개별품목 가격은 지역별 참여자가 기입한 가격을 당시 환율을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이날 조사에서는 19개 품목 중 기호식품인 와인, 국내 맥주, 수입 맥주, 담배를 제외한 뒤 15개 품목 가격을 합산한 각국의 주요 식료품 구매 비용을 비교했다.

주요 식료품은 우유(1L), 식빵(500g), 흰쌀(1㎏), 계란(12개), 치즈(1㎏), 치킨(1㎏), 쇠고기(1㎏), 사과(1㎏), 바나나(1㎏), 오렌지(1㎏), 토마토(1㎏), 감자(1㎏), 양파(1㎏), 양상추(1개), 물(1.5L)을 기준으로 했다. 한국에서 이 품목을 모두 1단위씩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이 총 101.01달러라는 의미다.

100달러로 장을 볼 때 주요국과 한국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품목은 달랐다. 일본에서는 주요 품목을 모두 구매하고, 소고기를 2㎏ 더 살 수 있다. 미국 역시 주요 품목을 다 구매하고도 소고기를 1.42㎏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00달러로 전 품목을 1단위씩 구매하는 게 불가능하다. 14개 품목과 물 90ml만 살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14품목을 1단위씩 구매하면 소고기를 60g만 살 수 있다. 만약 소고기 1㎏을 산다면 치즈 1㎏, 치킨 595g만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수입 오렌지도, 국산 사과도 한국서 제일 비싸


품목별로 뜯어보면 한국의 높은 물가를 더 체감할 수 있다. 15개 품목 대상의 가격을 OECD 38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는 12개 품목이 평균보다 비싸다. 오렌지·사과·감자·양파·바나나·토마토·우유 등 7개 품목은 38개국 중 가장 비쌌다. 오렌지는 OECD 평균 가격인 2.46달러와 비교해 2.55배 비싼 6.25달러다. 사과(2.42배)나 감자(2.38배)같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매일 먹는 흰 쌀 1㎏의 경우 평균(2.28달러)보다 1.53배 비싼 3.44달러였다. 계란은 OECD 평균 가격과 같았으며 물과 치킨만 평균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근영 디자이너


GDP 대비 식료품 구매 비용은 중남미 수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식료품 구매 비용을 따져봤을 때도 한국은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월평균 GDP에서 식료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콜롬비아(5.3%), 멕시코(5.1%), 코스타리카(4.9%), 칠레(4.0%) 순으로 높았다. 한국은 바로 뒤를 이어 5위(3.8%)였다. 일본 13위, 스위스 21위, 미국 24위로 한국은 주요국과 비교해 GDP 대비 식료품 물가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조사연구팀장은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2.7%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2%대 증가율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식료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가격이 불안정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확보 전략을 마련하면서 국내에서도 농산물 자급 능력을 확충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넘베오 식료품물가지수=미국 뉴욕 물가를 100으로 설정해 주요 식료품 19개 가격을 기준으로(가중치 부가) 산출해 발표하는 물가지수. 2009년부터 매년 2회(1월·7월) 발표한다. 한국은행에서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을 비교할 때 이 지수를 활용한다. 이달 발표한 지수 순위에서 1위 스위스(114.2)에 이어 한국이 84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이슬란드(83.9), 노르웨이(74.7), 호주(72.9), 미국 (71.4) 순이다. OECD 평균은 55이며 일본은 16위(56.4)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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