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재단장하고, 구색도 바꾸지만…“유통가 보릿고개 길어질 듯”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점포를 재단장하고, 특화 매장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내수 회복이 주춤한 데다, 중국 소비 둔화가 장기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최근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목표 주가를 10~20%대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이마트에 대해 대형마트 산업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목표 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1만5000원(-11.5%)으로 낮췄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롯데쇼핑의 백화점 사업 가치 하락을 반영해 목표 주가도 9만9000원에서 7만5000원(-24.2%) 하향 조정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영업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리오프닝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와 해외여행 정상화 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영업적자가 18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백화점부문은 해외명품‧패션‧잡화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건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13개월 만에 100 이상을 기록하며 하반기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으나 구직자가 구인 기업보다 많은 구도가 가계 소득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올해 말까지 ‘L자형’ 소비패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김명주 연구원은 “이마트는 올해 4월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점포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10시로 단축했는데, 다행히 매출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고 짚었다. 박은경 연구원은 “하반기 롯데쇼핑의 실적 향방은 예상되는 백화점 실적 부진을 식품 유통이 얼마나 상쇄해 주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롯데쇼핑 중 백화점의 올해 영업이익 기여도는 마이너스(–) 25.8%이지만 대형마트(79%)와 슈퍼마켓(26.6%), 하이마트(24.2%)의 영향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점을 7개월 공사 끝에 재개장했다.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임대 매장(테넌트)을 유치한 게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과 와인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중에 서울역점에는 와인 특화 매장인 ‘보틀벙커’ 4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을 통해 먹거리와 체험 콘텐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하락해 전월(-1.4%)에 이어 감소세를 기록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폭발적인 해외여행 증가를 내수 침체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863만8500명 가운데 한국인은 258만3400명(29.9%)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차지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중국 다이궁(보따리상)이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명동이나 을지로 지역은 예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전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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