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라도 던질 걸…”, 신림동 칼부림 트라우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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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모(33)씨의 1차 범행 당시 인근 셀프 사진관에 있었던 여고생 2명은 창문 너머로 조씨의 잔혹한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
"의자라도 던져서 도왔어야 했는데" 울먹이던 인근 상인여고생들을 구했던 가게 사장 황모(58)씨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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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목격자 트라우마 치료 시급”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모(33)씨의 1차 범행 당시 인근 셀프 사진관에 있었던 여고생 2명은 창문 너머로 조씨의 잔혹한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 이들은 겁에 질려 건너편 가게로 도망친 뒤 30분 동안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이 정리되고 나서야 이들은 귀가할 수 있었지만,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강력 사건에 목격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조씨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불법적으로 유포되면서 이를 본 사람들도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여고생들을 구했던 가게 사장 황모(58)씨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사건을 목격한 그는 문을 잠갔지만, 가해자와 눈이 마주치면서 공포를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직후 가게 앞에 여고생 둘이 찾아와 도움을 호소하자 공포를 이겨내고 잠갔던 가게 문을 열어 이들을 도왔다.
인근에서 피어싱 가게를 운영하는 A씨도 “이 주변 사람들은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가장 마음이 힘든 건 내가 그때 있었으면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그 애한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일찍 봤으면 여기 있는 의자라도 던져서 도와줬을 텐데”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A씨는 사건 이후 가게 간판 전등을 켜둔 채 퇴근한다고 한다. 추모 장소가 가게 앞인데 좀 더 밝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현장 목격자는 트라우마의 고위험군이라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홀로 견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직 트라우마 치료 관련해서 받은 건 없다. 정부나 경찰에서 해준다고 하면 받고 싶다”고 말했다. 황씨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여고생 둘에 대한 치료를 요청했으나, 여고생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겁에 질린 채 귀가했다고 전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폭력 사건 현장의 목격자들은 가장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트라우마 1차 경험자”라며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참사에서 자신이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다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 목격자에 대한 심리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초기에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는 또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을 목격한 이들에 대한 트라우마 등 2차 피해도 우려했다. 그는 “영상 시청만 해도 처참한 범죄현장의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다”며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잔인한 폭력 장면을 시청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영상 최초 유포자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영상 자체가 잔혹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 인상착의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의 영상이라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관련 영상 17건 삭제를 요청했고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숨진 피해자 B씨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B씨의 한 대학교 동기는 사고 현장 가게 앞에 편지를 붙여뒀다. 그는 “왜 하필 너같이 밝고 정직하고 열심히 산 친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곁을 떠나야 하는 거냐”라며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 대한민국이 너를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피해현장 인근 상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넘어서 온 피해자 지인 10여명이 한 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김용현 김재환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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