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정맥 부전(1) – 남성의 정계정맥류 [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당신의 다리 건강]

헬스조선 편집팀 2023. 7.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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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있는 얕은 정맥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여 다리가 붓고 불편해지는 질환은? 하지정맥류이다. 그렇다면, 정맥의 문제는 다리에만 생길까?

아니다. 사람은 서서, 혹은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심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정맥의 피는 항상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당겨지게 되는데, 이렇게 당겨져 내려가는 피가 양다리 말고도 잘 고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골반이다. 골반은 성별에 따라 그 생김새가 다른 곳이며, 남자에서는 골반 가장 아래에 있는 음낭에 정맥혈이 정체되어 증상이 잘 생기는데, 이것이 정계정맥류이다. 여자에서는 골반 내에 있는 여성생식기나 방광, 직장 주변으로 정맥혈이 정체되며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골반울혈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먼저, 정계정맥류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정맥류가 다리의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이라면, 정계정맥류는 음낭의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이전 하지정맥류 기고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는 정맥류도 있다. 음낭 피부 가까이에 있는 혈관이 아니라 안쪽에 있는 혈관이 주로 늘어나고 피가 고이게 된다면 밖으로 불거지지 않아도 정계정맥류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한쪽 음낭의 크기가 커지거나 열감이 느껴지고, 무지근한 통증 같은 불편감만 느껴질 수 있다. 한편, 고환은 정자를 생성하는 기관이고 체온보다 조금 낮게 온도가 유지되어야 그 기능을 잘하는데, 정계정맥류가 생겨 음낭 정맥 순환이 잘되지 않으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며 기능이 떨어져 남성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정계정맥류는 좌우 어느 쪽에 잘 생길까? 음낭에서 올라가는 정맥을 고환정맥이라고 부르는데, 이 정맥은 양측의 생김새가 다르다. 오른쪽 고환정맥의 경우 대부분 허리춤의 가장 큰 정맥(하대정맥)으로 바로 들어간다. 하지만 왼쪽 고환정맥의 경우 왼쪽 콩팥정맥을 거쳐 대동맥을 타고 넘어 하대정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왼쪽 고환정맥이 좀 더 길고 구불구불한 경로를 거쳐 올라가기 때문에, 정계정맥류는 왼쪽 고환정맥에서 훨씬 더 잘 생긴다. 이 얘기를 듣고 샤워를 하다가 음낭을 자가 진찰해 보는 독자가 있다면, ‘어? 내 음낭은 왼쪽이 더 큰데, 이러면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혹시 정계정맥류가 있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남자의 음낭은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많이 처져 있으니, 좌우가 약간 다른 정도를 가지고 지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정계정맥류는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역류를 보기 위해 서서 검사하게 되지만, 정계정맥류는 누워서 검사할 수 있으며, 배에 힘을 주어 복압을 높였을 때 고환정맥의 역류가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진단한다. 초음파로 진단되었다면 정맥조영술을 통해 한 번 더 확실히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정맥조영술은 엑스레이 동영상 촬영을 하며 정맥 안에 조영제를 넣어 그 흐름이나 모양을 파악하는 검사다. 배에 힘을 준 상태로 고환정맥 근처의 콩팥정맥에서 조영제를 넣어주면서 하대정맥 쪽으로 빠져나가야 할 피가 고환정맥으로 역류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정계정맥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의사들은 수련을 받을 때 이렇게 교육받는다. ‘환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그다음이 환자를 치료해 주는 것이다.’ 고환이 불편해 내원한 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급히 치료받지 않으면 고환의 기능 혹은 생사 여부가 바뀔 수도 있는 병이 아닌지 확인하는 일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가 앓은 것으로 알려진 고환암 등 여러 질환이 정계정맥류의 증상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혹은 정계정맥류와 함께 있을 수도 있다. 정계정맥류를 진단하고 다른 문제를 놓친다면 그것은 환자에게 크게 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에는 음낭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고환, 부고환을 모두 살펴본 뒤 가장 마지막에 정계정맥류를 확인하고 있다.

정계정맥류 치료는 크게 수술(절제술)과 시술(색전술) 두 가지로 나뉜다. 절제술은 비뇨기과에서 시행되며, 사타구니 쪽을 절개하고 고환에서 올라오는 정맥을 없애는 수술이다. 색전술은 인터벤션 영상의학과에서 주로 시행되며, 윗 팔 혹은 사타구니 쪽에서 접근하는 방법이다. 몸속의 정맥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윗 팔이나 사타구니 쪽의 정맥은 피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정맥 안쪽으로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이런 곳에서 초음파를 보며 작은 바늘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볼펜심 굵기의 긴 관을 넣어 고환정맥을 찾아 들어간다. 고환정맥 근처에 관이 들어가면 조영제를 주입하며 고환정맥의 역류 여부를 검사하고, 한쪽 고환정맥이 여러 개 있지는 않은지 그 생김새를 살핀다. 이후에는 역류하는 고환정맥에 백금 코일과 주사약을 넣어 막아준다. 이때 사용되는 주사약은 하지정맥류의 주사치료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약이다.

인터벤션(색전술)의 장점은 치료 효과가 뛰어나며, 치료 후 부작용 및 통증이 적어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때문에 색전술은 치료 후 빠른 회복이 필요한 경우와 어린 나이에 잠재적 불임에 대한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좋은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색전술은 수술과는 그 치료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첫 번째 치료로 절제술을 받은 이후에 재발한 정계정맥류의 경우에도 색전술로 재차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반면 소변으로 배출되는 조영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치료가 제한될 수 있다.

수술적 치료와 색전술의 효과를 비교한 논문에서 두 가지 치료법은 재발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최근 논문들에서는 색전술의 기술적 성공률(고환정맥을 잘 막을 수 있는가)을 93-100%로 높게 보고 있다. 고환정맥이 여러 개 있거나 그 생김새가 복잡할 경우 성공률은 낮아지게 되는데, 꼼꼼하게 색전술을 했음에도 정계정맥류가 재발했다면 절제술이 좋은 치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기고자: 더으뜸 정형외과 이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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