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월북 미군 관련, 北과 핑크폰 대화 시작"…소통 출구되나

이근평 2023. 7.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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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트래비스 킹 미군 이등병 문제를 놓고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사이 대화가 시작됐다. 이번 협상 과정에 따라 그간 꽉 막혔던 대북 소통 채널이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로이터=연합뉴스

앤드루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은 24일 외신 기자들과 정전협정 70주년 기념 간담회를 갖고 “정전협정을 통해 만들어진 메커니즘으로 북한군과 관련 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메커니즘은 ‘핑크폰’으로 불리는 직통전화(핫라인)를 의미한다. 판문점 남측 유엔사 사무실과 북측 판문각에 각각 놓여 있는 핑크폰은 요즘에도 오전 업무개시 때와 오후 업무마감 때 등 하루 두 차례 가동된다고 한다. 정상 작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리슨 부사령관은 대화의 구체적 상대나 내용 등은 함구했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감안해야 하고, 불필요한 추측으로 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워낙 민감한 사안인 데다 한 사람의 안위가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수차례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킹의 안전(welfare)”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UNC) 부사령관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의 송환을 위해 유엔 측이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국 육군 중장인 그는 JSA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 전화기(일명 핑크폰)를 통해 북한군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유엔군사령부

아직 북한과 대화에 큰 진전이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일각에선 이번 일이 남·북·미 사이 대화가 재개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최소한 유엔사의 협상 시도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대화에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간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에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최근에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번째 회의, 미 전략핵잠수함(SSBN) 입항 등 강도 높은 대북 압박에 미사일 도발로 맞불을 놨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를 통해 북·미간 송환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우발적 사건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국면이 열리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방문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인 앤드루 해리슨 중장으로부터 현행 작전 대비 태세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2021년 1월부터 한국 근무를 시작한 킹은 지난해 9월과 10월 폭행 등을 저질러 한국에서 47일 복역한 뒤 미국에서 추가 징계가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대신 공동경비구역(JSA) 민간인 견학에 참가해 월북을 감행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킹이 형사처벌 전력 등에도 불구,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견학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등도 조사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DMZ 지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육적 가치와 위험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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