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어느새 하루 4만명대...이 여름에 독감도 확산, 왜

남수현 2023. 7. 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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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완화한 첫날인 지난 6월 1일 오전 광주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인 병원은 방역단계 완화에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뉴시스


무더운 날씨에도 코로나19와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가 이례적으로 동반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현재의 유행세가 예정된 일상회복을 미룰 정도는 아니라 보고 내달 중 ‘코로나19 위기단계’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3만명대를 오르내렸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숫자는 지난주 19일 4만7029명, 22일 4만2500명 등 4만명을 넘어서며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하루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7월 3주(18~24일) 누적 확진자 수는 27만1663명으로, 주간 일평균으로 따지면 1만6025명(6월3주) → 1만7442명(6월4주) → 2만1857명(7월1주) → 2만6708명(7월2주) → 3만8809명(7월3주)으로 4주 연속 증가세다.

통상 겨울부터 봄까지 유행하는 독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질병청 감염병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28주차(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수는 16.9명으로, 25주 15명 → 26주 16.1명 → 27주 16.3명에 이어 3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질병청은 1000명당 의심환자가 4.9명을 넘어서면 독감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는데, 유행기준의 3배에 달하는 환자 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원인 병원체들이 모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아니며, 일반 감기의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비율이 높았다”며 “독감 환자 비율이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최근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의 대부분은 일반 감기”라고 설명했다.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건 코로나19 기간 이뤄진 각종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 전파의 기회를 줄여왔는데, 일상 회복에 따라 호흡기 감염병이 여름철에도 유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접종 등으로 획득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19 유행 양상을 보면, 사람들이 획득한 면역이 언제 감소하느냐에 따라 다음 유행 시기가 결정됐다”며 “이번 유행의 경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인해 형성된 면역력이 3개월가량 지나 차츰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확진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짧게는 4~6주, 길게는 3개월 정도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하루 확진자 5~6만명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감 역시 지난해 10월~11월 예방접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만큼 백신으로 얻은 면역력이 유지 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

정부는 현재의 유행세가 일상회복을 되돌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내달 중 예정대로 실시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2단계 조정의 핵심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현재 2급에서 독감과 같은 수준인 4급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미 법적 토대도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라 고시 개정 절차가 진행되면, 내달 중으로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하향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병원을 비롯한 일부 시설에 남아있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되는 등 방역 조치가 전면 해제된다. 확진자수 집계도 중단되고, 감시 체계도 전수 감시에서 확진자 중심의 표본 감시 체계로 전환된다.

질병청은 최근의 재유행 흐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를 거쳐 2단계 시행 일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명률은 0.03% 수준(6월4주차)으로 낮아져 있는 상황이고, 의료 대응 역량도 충분하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로드맵 2단계 시행을 연기하거나 방역 조치를 강화하기보다는 고위험군에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등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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