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우려에 해외 리스크까지...'뇌관'된 금융권 부동산 투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노린 금융권의 국내외 부동산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 파악에 나섰다.
2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26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의 투자 규모는 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오피스 투자 건을 중심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상업용 부동산 중 하나인 오피스에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의 절반인 7조750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증권사 자체투자금 300억원 포함 총 2800억원 규모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 국면에서 오피스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게 일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한 여파에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영향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며 상업용 부동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실이 늘었고 가격은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무디스애널리틱스 집계를 인용해 2011년 2분기부터 오르기만 했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가 올해 1분기(286.4)에 전 분기(288.6) 대비 0.76% 떨어지며 12년 만에 꺾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가 올해부터 대거 도래하는 점은 걱정거리다. 고금리 여파로 오피스 등의 자산 가치가 떨어지며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수익률이 1%대로 낮아지는 등 이미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오피스의 공실이 증가해 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펀드에서 부실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규모는 올해 9조5000억원, 내년 11조6000억원이다.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도 이미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에 이른다. 2021년 말 3.71%에서 지난해 말 10.38%로 뛰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전체 금융권 연체율(2.01%)보다도 월등히 높다. 일부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 영업 등을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일부 사업장의 부실이 발생하며 연체율이 올랐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호황기에 고위험 우려에도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를 했다가 부실 우려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국내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과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위험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라며 “고금리에 경기 부진까지 이어지고 있어 국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위험은 증권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13곳과 손해보험사 8곳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78조4000억원이며 이중 부동산 자산 비중은 25조원(31.9%)에 이른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뿐 아니라 보험·캐피털·은행의 해외 부동산투자 현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가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특히 보험이나 은행 등의 경우는 위험 요인이 크지 않다”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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