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인생, 살보다 더 중요한 '삶'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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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채원, 이하은 기자]
여름이 오면 옷의 두께가 점차 얇아진다. 휴가철 앞, 체형이 드러나기 쉬운 여름은 우리의 몸매를 한 번쯤 검열하게 만든다. 미디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그리는 '보기 좋은 몸'은 마르고 탄탄하다는 획일적인 미적 기준에 제한돼 있다. '몸매=자기관리'라는 그럴듯한 등식은, 건강함과 몸의 다양성을 해치는 공식으로 작용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바디 프로필 촬영' 열풍은 요요 현상을 동반한 수많은 섭식장애 환자를 남겼다. 올해 2월 대한비만학회에서 전국 일반인 남녀 만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령대가 낮은 여성일수록 '보기 좋은' 체중관리에 강박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체중관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9%였고, 이 중 요요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64%였다.
'건강'이라는 이름의 열풍은 '강박'으로 이어져 되레 '건강을 해치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리는 어떤 몸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몸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고, 또 자신은 시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살 말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여기 있다. 7년간 거식증과 폭식증을 앓았지만, 음식과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는 자유를 경험했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망'(이주원)과 지난 21일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요가 강사이자 유튜버 크리에이터인 요망(이주원)씨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영상 촬영을 하는 모습. |
ⓒ 유튜브 마이나슈 TV |
이주원씨는 20세 때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이전부터 음식을 생각할 때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음식을 먹을 때면 칼로리를 계산해야 했고, 살이 찔 것을 걱정하다 보니 답답함을 넘어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섭식장애는 이씨를 7년간 괴롭혔다. 그녀는 자신의 하루가 '절식하는 날'과 '폭식하는 날'로 나뉘었다고 회상했다. 다이어트를 관두면 폭식증이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마르고 날씬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을 느꼈다고 했다. 스스로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폭식증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왔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체중 증가의 두려움은 살보다 더 중요한 삶의 기회를 놓쳐 버리게 만들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돈을 정말 많이 썼어요. 대학생 시절에 다이어트 약을 100만 원어치씩 샀거든요… 솔직히 학생한테 100만 원은 큰돈이잖아요. 살 빼려고 이 거금을 들여놓고선 폭식증 때문에 한자리에서 5만 원, 10만 원씩 빵을 사 먹기도 했어요. 악순환의 반복이었죠. 대학교에서 미국 어학연수를 보내 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그것도 안 갔어요. 친구들이 미국에 다녀오면 10kg씩은 쪄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또 부모님과 여행을 자주 다니지도 못했어요. 최근에 결혼 준비하면서 어머니가 '딸이랑 많이 놀러 다니고 싶었는데 지금껏 많이 못 해서 아쉬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여행 가면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다이어트 때문에 일부러 바쁜 척을 하면서 안 갔거든요."
다이어트 고리 끊게 만든 '푸드 프리덤', 그게 뭐냐면요
▲ 요가 강사이자 유튜버 크리에이터인 요망(이주원)씨 모습이다. |
ⓒ 본인제공 |
그녀의 본업이 된 유튜브 콘텐츠의 중심 소재도 다이어트에서 푸드 프리덤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요가 영상을 업로드했었지만, 원했던 방향성과 다르게 흘러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하게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게 됐다. 솔직한 고백들을 이어가다가 많은 여성들이 폭식증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을 알게 됐고, 관련 영상을 꾸준히 제작하며 폭식증 극복에 대한 니즈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자신처럼 살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과감히 회사를 퇴사했다.
'다이어트에 유난 떨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로 그녀는 섭식장애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이씨에게 케이크 하나에 벌벌 떨며 칼로리를 계산하는 삶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이에 이씨는 '푸드 프리덤은 음식을 자유롭게 먹는 것', 그 과정에서 체중에 어떤 변화가 생겨도 '살이라는 결과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라 답했다.
▲ 구독자 소통 사진 푸드 프리덤을 주제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
ⓒ 본인 제공 |
"먼저 내가 진짜 되고 싶은 삶을 문장으로 명확하게 묘사해 봐야 해요. 어떤 것에 우선 가치를 둘 건지 결정해야 하죠. 두 번째로는 음식을 볼 때 음식 자체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음식이 몇 칼로리인지, 먹어서 살이 찌는 음식인지 아닌 음식인지 나누지 않아야 해요. 세 번째, 자신의 기호를 찾아야 합니다. 대중적인 기호가 아닌 나만의 선호를 명확히 세워야 해요. 네 번째, 포만감의 신호를 찾아야 합니다.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진짜 배부름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찾아야 하죠."
그러나 '자유'를 추구하다 스스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방치는 한 끗 차이라는 거다. 푸드 프리덤을 통해 얻은 자유도 자기 통제의 범위 내에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건강한 삶은 체중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종국에 푸드 프리덤은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고 이씨는 말했다.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수련과 같다는 거다. '음식의 칼로리'를 따지거나 '살이 찌는 음식' 혹은 '살이 빠지는 음식'처럼 이분법적으로 음식을 나누는 납작한 판단에서 벗어나는 것. 이로써 자신의 선호를 알아가고, 포만감의 신호를 찾아 말 그대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 '푸드 프리덤'이라고 설명한다. 음식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체중과 외모에 대한 강요된 투자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될 것이란 거다.
한편 최근 결혼식을 올린 이씨는 준비 과정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필수라 여겨지는 예비 신부들의 다이어트는 그녀에겐 필요하지 않았단다. 그녀가 전하는 푸드 프리덤은 '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이런 개인이 모여 '외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길이었다. 타인의 눈에 보기 좋은 몸도, 사회에 전시되기 위한 몸도 아닌 그저 '자신의 삶을 잘 살기 위한 몸'이 존재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건강한 삶의 모습은 체중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아름다운 몸을 정의할 수 있는 단일한 규칙이나 법칙도 없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너무나 획일적인 미적 기준에 자신을 줄 세우고,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평생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의 에너지도 인생도 유한하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거, 꼭 해 보고 싶던 것에 집중해도 부족해요. 살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삶', 그리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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