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장마, 끝이 안 보인다…충청·남부 또 120㎜ 물폭탄

천권필 2023. 7. 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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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는 24일 오전 부산시청 일대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24일 “장마의 종료가 거의 다가왔다라고 하는 건 굉장히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장마 종료 시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상청에서도 장마 종료에 대한 언급을 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 동안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장맛비가 내렸지만, 장마가 언제 끝날지조차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비 피해가 큰 충청과 남부 지역에는 26일까지 최대 120㎜ 이상의 많은 장맛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오후 3시 남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천둥·번개와 함께 시간당 20~40㎜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는 시간당 35.5㎜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동안 중부 지방에는 장맛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겠지만, 남부와 제주도에는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25일에는 남쪽으로 내려갔던 정체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충청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5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정체전선이 한 차례 더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청과 전라, 경상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정체전선이 수도권 부근까지 북상하면서 서울 등에 오전까지 비가 내릴 전망이다.

2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중부 지방은 10~60㎜, 남부 지방은 30~80㎜이다. 경기 남부와 강원·충청 남부는 80㎜, 전북·경남 서부 남해안은 100㎜, 광주·전남은 12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오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리면서 지역에 따라 강수 강도와 강수량의 차이가 크겠고, 강약을 반복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겠다”며 “최근 매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적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마 안 끝났는데 남부 장맛비 기록 경신


김영옥 기자
지난달 25일에 시작된 장마는 이날로 한 달이 됐다. 강수ㅍ일수가 전국 평균 19.5일에 이를 정도로 쉴 새 없이 전국에 강한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기록적인 강수량이 누적된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23일까지 621.2㎜(전국 평균 강수량)의 비가 왔다. 장마철을 기준으로 보면 1973년 전국으로 기상 관측망을 확대한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2006년이 704㎜로 역대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렸고, 최장 기간 장마를 기록한 2020년이 696.5㎜로 뒤를 이었다. 남부 지역의 경우 660.4㎜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이미 2006년의 역대 1위 기록(646.9㎜)을 갈아 치웠다. 지금 추세 대로라면 전국 장마철 강수량 기록 역시 깨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 “장마 종료 말하기 이르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24일 오전 5시 2분께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빈 건물이 무너졌다. 연합뉴스
장마는 보통 6월 말에 시작해 7월 말에 끝난다. 평년 기준으로 장마 종료일은 남부가 7월 24일, 중부가 26일이다. 예년이었으면 장마가 종료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시기라는 뜻이다. 중기 예보 상에도 27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는 흐리거나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만 발표된 상태다.

하지만, 기상청은 “장마 종료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태풍 등의 영향으로 정체전선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도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또 장맛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우 통보관은 “태풍 독수리가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를 굉장히 변모시키면서 수치 모델의 예측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중기예보 상의 강수 예보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8일에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사례처럼 장마 종료가 선언된 이후에도 장마철보다 더 강한 비가 내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철 이후에도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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