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소비 줄자 가계 초과저축 101조…"이제 돈 쓸 타이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기간 한국의 가계는 101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을 재원으로 삼은 민간소비가 하반기 경기 회복을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01~12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명목 국내 총생산(GDP)의 4.7~6% 규모다. 이 기간 가계저축률은 평균 10.7%로 대유행 이전 기간(2015~2019년 평균 7.1%)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20년~2021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소비를 줄였고, 2022년에는 경기가 회복되고 고용 호조로 임금이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각종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한몫했다.
소득 상위 40%(4분위·5분위)가 저축액 증가를 주도했다. 이들의 2019년 동기대비 초과 저축금액이 2020년 1분기 119만원에서 2023년 1분기 866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소득 하위 40%의 증가 폭(42만원→416만원)을 크게 웃돈다. 한은은 “팬데믹 중 호황을 누린 금융·정보기술(IT)산업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별급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가계는 이렇게 모인 돈을 주로 예금·주식 등 금융자산에 투자했다. 2020~2022년 가계 금융자산은 1006조원 늘어 직전 3개년(591조원)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취득 규모를 봐도 74조원(2015~2019년 평균)에서 194조원(2020~2022년 평균)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를 부채상환에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기간 가계부채 비율이 명목 GDP를 꾸준히 상회했다는 점에서다. 한은은 “실물 및 금융 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초과저축이 쌓이면 가계가 갑작스런 실업 등 소비 충격 상황을 맞닥뜨린 뒤에도 소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4.7%)보다 지출 증가율(11.1%)이 높게 나타난 것은 초과저축이 소비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전년동분기 대비 지출이 늘어난 음식‧숙박(21.1%), 교통(21.6%), 오락‧문화(34.9%) 영역은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보복소비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초과저축이 민간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는데,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0.3%포인트였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투자가 부진하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경기 반등에 민간소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초과저축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가계의 실질적인 평균소비성향을 높일 수 있도록 소득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소비 진작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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