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우리 물 많이 뺐다" 슬리퍼 신고 침수지역 배수구 뚫고 다닌 여중생들

쓰레기로 배수구 막혀 도로 일대 침수
손으로 직접 걷어내며 "와 물 빠진다"
창원교육지원청, 학생 4인 표창 검토

경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6일 오후 4시께 창원에서 도로에 물이 차오르자 학생 4명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배수구를 청소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학생들은 도로변 배수구를 찾아다니며 구멍을 막은 낙엽과 쓰레기를 우산과 손으로 치웠을 뿐 아니라 물이 다 빠지고 난 후 남은 쓰레기까지 정리하고 현장을 떠났다.

학생들은 도로변 배수구를 찾아 다니며 구멍을 막은 낙엽과 쓰레기를 우산과 손으로 치웠을 뿐 아니라 물이 다 빠지고 난 후 남은 쓰레기까지 정리하고 현장을 떠났다. [사진출처=경남 MBC]

20일 경남 MBC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두동 신항 부영아파트 5차와 6차 사이 왕복 6차선 도로에 성인 무릎 높이까지 빗물이 찼다. 이곳은 매년 장마철마다 도로가 침수되는 상습 침수 구역이다.

빗물이 도로에 차오르고 어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한 학생 무리가 하수구로 다가갔다. 이들은 진해신항중학교 1학년생으로 빗물 속에서 우산으로 열심히 막힌 하수구를 뚫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 발로 빼자, 발로"라고 말하며 슬리퍼를 신은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수구에 파묻힌 각종 쓰레기와 낙엽, 이물질 등을 걷어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하수구 6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여학생 4명이 직접 치웠다. 그 결과 하수구로 물이 회오리치듯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학생들은 "와, 우리 진짜 물 많이 뺐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빗자루와 슬리퍼로 남은 쓰레기를 모으는 등 도로를 깨끗이 청소하고 떠났다.

이들은 "우리 발로 빼자, 발로"라고 말하며 슬리퍼를 신은 것에도 아랑곳 않고 하수구에 파묻힌 각종 쓰레기와 낙엽, 이물질 등을 걷어냈다. [사진출처=경남 MBC]

당시 쓰레기를 치운 학생 중 한 명인 김연우 양은 "지렁이 사체도 있었고 맥주캔, 박스, 비닐, 특히 나뭇가지랑 낙엽이 제일 많았다"고 말했다. 이규은 양도 "물이 생각보다 너무 깊길래 이거 진짜 안 치우면 아예 침수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나선 이유를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위험하고 힘들었을 텐데 큰일 했다", "부모님이 정말 뿌듯해할 듯", "정말 대견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학생들을 칭찬했다.

한편, 창원교육지원청은 이들 4명에게 표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