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교직단체 한목소리, 대통령은 딴소리

윤근혁 2023. 7. 24.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사 사망' 서울 교직단체 '학생인권조례 개정' 언급 안 했는데... "교사 억울한 죽음 정쟁도구 삼나"

[윤근혁 기자]

[기사 보강 : 24일 오후 6시 28분]

서울 지역 보수와 진보 교직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들 교직단체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학생인권조례의 사실상 폐지'에 나서고 있어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교직단체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한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정쟁 도구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반드시 개정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교육청-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석승하 수석부회장, 조희연 교육감, 서울교사노동조합 박근병 위원장, 전교조 김성보 서울시지부장. 2023.7.24
ⓒ 연합뉴스
 
24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역 교직 3단체인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서울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요구안을 발표했다. 서울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18일 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상태로 교실에서 발견된 곳이다.

교육청과 교직 3단체는 우선, 교사들의 열정이 아동 학대 무고로 악용되는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원 면책권을 포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학교 현장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이에 준하는 악성 민원"이라면서 "선생님들은 응당 해야 할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로 조사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담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 이 또한 부작위로 인한 아동학대라며 신고를 당하는 현실에서 교권 보호를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교육부와 국회는 입법 취지를 과도하게 넘어서 오늘날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을 근본적으로 고사시키는 아동학대처벌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보수와 진보 성향의 주요 교직단체가 망라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은 일체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학교 안에서 학생, 교직원, 보호자의 인권이 모두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교육활동 보호조례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조례안은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지난해부터 처리하지 않고 있어 잇달아 통과가 무산되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학생인권조례를 고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지시를 받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1시 교사노조연맹과 함께 벌인 교권보호 간담회의 인사말에서 "대통령께서 주문하심에 따라 교육부는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면서 "지나친 학생인권 중심의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균형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지만, '학생인권조례 개정'보다는 후순위로 이 말을 내놨다.

대통령 지시 받은 이주호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에서 열린 교육부-교사노동조합연맹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7.24
ⓒ 연합뉴스
 
이 같은 대통령과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번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교조 서울지부의 김한민 정책실장은 <오마이뉴스>에 "지금 교사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이 시점에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학생인권조례를 트집 잡는 것은 한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정쟁 도구로 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교육위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교사 죽음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고 종북 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했다"라면서 "교사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도 특정 집단, 특히 정치적 반대 세력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맹목적 비난을 쏟아내는 작태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도 뒤 한국교총은 <오마이뉴스>에 "우리는 서울교육청-교직3단체 공동기자회견 하루 전인 23일, '학생인권조례 전면 재검토, 재정비해야'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이미 냈다"면서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3단체 간 입장이 다른 내용은 회견문에 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