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로 공부하는 아이들, 한국어 인기 느낍니다"
오마이뉴스는 세종 정신으로 공공언어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우리 시대 <우리말글 가꿈이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공공언어 바로잡기에 애써온 단체와 우리말글 운동가들을 찾아 성과와 의미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김슬옹 기자]
▲ 광화문 세종이야기의 ‘찌아찌아 한글이야기’ 부조물 앞에 선 우충환 학당장 광화문 세종이야기의 ‘찌아찌아 한글이야기’ 부조물 앞에 선 우충환 학당장. 찌아찌아족 최초 한글 교사인 아비딘의 논문(영문)의 한국어 번역문이 실려 있는 <한글혁명>(김슬옹 저, 살림터)을 들고 있다. |
ⓒ 김슬옹 |
그 머나먼 볼리비아와 인도네시아 부톤섬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어와 한글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이가 있다. 한 나라도 힘든데 두 나라를 누비고 있는,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세종학당과 볼리비아의 라파스 세종학당의 두 곳을 겸직하고 있는 우충환 학당장이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귀국했다. 두 나라의 세종학당은 문자 없는 나라나 종족의 훈민정음 활용 표기 사업에 일생을 걸고 있는 이기남 원암문화재단 이사장의 후원과 정부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인도네시아 부톤섬에서 비행기를 열세 시간 동안 두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귀국한 그를 지난 15일 만났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 이야기를 설치해 놓은 세종대왕 동상 밑 세종이야기 장소에서다.
부조물에는 "찌아찌아족은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으나 고유의 문자가 없었다. 그들은 고유어를 잘 보존하기 위해, 로마자보다 고유 언어의 발음을 잘 살려 적을 수 있는 한글을 2009년 7월부터 초등학교 몇 곳에서 부족어 표기에 적용해 보는 중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우충환 학당장은 찌아찌아 방문단이 한글로 작성한 방명록에서 "우리 지역의 발전에 필요한 한글이 찌아찌아의 문자로 완전히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한, 2009년 당시의 아미룰 타밈,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장의 방문 기록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면서 그간 많은 논란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찌아찌아족 한글 적용 실험이 멈춘 적은 없다고 하면서, 올해 바우바우 세종학당이 세워지면서 다시 한글과 한국어 교육이 활기를 얻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생활상 불편함? 크게 문제 안 됩니다"
- 현지에서의 생활환경은 어떠한지요? 생활하기에 별 불편은 없으신지요?
"바우바우시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야 닿는 작은 섬에 있습니다. 한국인은 채 다섯 명도 안 되는 곳으로, 무덥고 전기나 수도 사정 등도 열악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한글을 세계최초로 자신들의 표기 문자로 채택한 찌아찌아족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한국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 부톤 무함마디아 대학에서 있은 바우바우 세종학당 개원 기념식 타종 부톤 무함마디아 대학에서 있은 바우바우 세종학당 개원 기념식 타종(2022.9.5.) |
ⓒ 바우바우 세종학당 |
"2년 전 볼리비아에 최초로 설립된 라파스 세종학당은 매 학기 큰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2023년 6월에는 256명이 수료를 했습니다. 매 학기 대기 수강자가 늘어나 지구 반대편에 위치 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제2회 라파스 세종학당(왼쪽) 및 바우바우 세종학당(오른쪽)의 수료식 모습 |
ⓒ 바우바우 세종학당 |
"이러한 성과는 무엇보다도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정을 다해 가르치신 선생님과 성실하게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20여 년간 오로지 훈민정음의 세계화를 위해 매진해 온 원암문화재단(이기남 이사장)의 지원과 현지 협력대학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학당 자체적으로 세운 교육계획에 따라 꾸준히 실천해 온 것도 한몫하였습니다. 우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습자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과 현장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파악하여 가능한 이를 충족하려고 애썼습니다. 학습자의 다양성과 현지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식 교육을 하다 보니 자연히 교사-학생-현지인들 간 소통도 증대되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교육보조재료나 다양한 교수법을 과감히 도입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온 것도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요?
▲ 한국어수업과 병행하는 문화활동인 한식체험 행사 한국어수업과 병행하는 문화활동인 한식체험 행사 (왼쪽: 바우바우학당, 오른쪽: 라파스학당) @우충환 |
ⓒ 김슬옹 |
"거리를 두면 잘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세종학당이 위치한 바우바우시나 라파스에 가보면 한국에서 보는 것과 달리 한류나 한국어에 대한 인기를 금방 알 수 있어요. 바우바우시는 외딴섬의 소도시이지만 골목길의 아이들은 저를 보면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씁니다. 아이들은 종종 제게 케이팝(K-pop) 춤 동영상을 보여주며 즉석에서 춤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한국어를 제법 구사하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으면 주로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혼자서 익혔다고 합니다. 올해 우리 바우바우 세종학당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스리윈(Sriwin)도 이전에는 한국의 드라마를 통해서 스스로 한국어를 익혔다고 합니다.
▲ 한국어를 배우는 찌아찌아 부족 아이들과 한글수업 한국어를 배우는 찌아찌아 부족 아이들과 한글수업 |
ⓒ 우충환 |
마지막으로 영어교육학 박사이기도 한 그에게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영어를 가르쳐온 경험에 비추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한국어든 영어든 제2외국어 교육 측면에서 교육 접근법이나 방법에서는 큰 차이는 없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어를 가르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비원어민 화자로서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되었지만,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면서 훨씬 자신감이 넘치고 현지인에게 한국어를 보급하는 데 대한 자긍심도 갖게 됩니다."
▲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 ‘세종 서문’을 살펴보고 있는 우충환 학당장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 ‘세종 서문’을 살펴보고 있는 우충환 학당장. 그는 지난해 설립된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세종학당과 볼리비아의 라파스 세종학당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
ⓒ 김슬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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