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유럽 재도전? 그 전에 고려해야할 것들

이준목 2023. 7. 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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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수원 FC로 복귀한 이승우, 14골 3도움 맹활약... 올해는 아쉬워

[이준목 기자]

‘코리안 메시’ 이승우(수원FC)의 유럽 재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매체인 <투토 프로시노네>에서는 “세리에A 승격팀 프로시노네 칼치오가 한국인 공격수 이승우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로시노네는 지난 시즌 세리에 B(2부 리그)에서 우승하며 1부로 올라온 승격팀이다. 기사에서는 이승우가 과거 헬라스 베로나를 통하여 이탈리아에서 뛰었던 경력을 소개하며, 최전방과 좌우 측면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승우가 프로시노네 외에도 같은 이탈리아 리그인 제노아를 비롯한 터키, 그리스, 폴란드 등 여러 나라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승우는 2021년 12월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을 떠나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2011년부터 유스 시절 이후 줄곧 유럽에서 활약해왔던 이승우가 K리그 무대에서 뛰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의 이승우는 유럽의 축구명문 바르셀로나FC 유스 출신으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성인 무대에서는 여러 리그와 팀을 전전하고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부침을 겪었다. 축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던 이승우는 올시즌을 앞두고 고심 끝에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행을 선택했다.

첫 시즌이었던 2022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승우는 리그 35경기에 나서 14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수원FC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유럽 1기 시절을 통틀어 자신의 프로 커리어 하이 기록이었다. 소속팀 수원FC는 2022시즌 13승 9무 16패 승점 48점으로 7위를 기록했고 아쉽게 파이널A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파이널B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승우는 개성넘치는 세리머니와 입담으로 스타성을 발휘하여 K리그1의 인기몰이에도 기여했다. 무엇보다 유럽 시절의 부진과 각종 루머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성인 무대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을 완주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승우는 다시 스코틀랜드리그 하츠 오브 미들로시안 등 유럽 몇몇 구단의 유력한 영입 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이승우는 고민 끝에 일단 수원FC 잔류를 선택했다. 유럽 1기 시절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급한 이적보다는 여러모로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꾸준한 출전기회가 보장되는 K리그에서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기량을 보완한 뒤, 유럽무대에 재도전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작 2023시즌에 접어들며 이승우의 행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아선 현재 이승우는 3골-2도움에 그치며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이승우의 부진 속에 소속팀 수원FC 역시 5승 5무 14패로 강등권인 10위까지 추락했다. 최근 8경기 연속 무승행진에 그치고 있다.

이승우는 언젠가는 유럽에 다시 도전할만한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타이밍상 과연 언제가 적기일지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승우의 빠른 유럽 재진출을 지지하는 이들은, 최근 한국 선수들의 유럽진출 러시를 근거로 든다. 유럽에서 젊은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최근 K리그 무대에서도 오현규-양현준(이상 셀틱), 조규성(미트윌란) 등이 잇달아 유럽행에 성공했다. 급변하는 이적시장에서 유럽 구단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도 유럽파를 선호하며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만하다.

양현준은 올시즌 강원FC에서 이승우 이상으로 부진했지만 그럼에도 셀틱의 관심은 변함이 없었고, 구단과 직접 담판을 지으며 본인의 유럽진출 의지를 관철시켰다. 조규성은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이후 유럽구단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다소 고전하다가 유럽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유럽 중소리그인 덴마크행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이는 축구 팬들에게도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가야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높여줬다.

유럽 구단들이 최근의 짧은 활약만을 보고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은 아니다. 이승우가 올시즌의 부진에도 여전히 유럽 구단들의 영입 대상에 오르고 내리고 있다면, 그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선수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승우는 최근의 K리거 출신 해외파들과 달리 이미 유스시절부터 프로까지 ‘유럽무대 유경험자’이고 이탈리아 무대에서도 뛰어봤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나이도 어느덧 20대 중반으로 유럽으로 다시 나갈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은 것은 아니다.

반면 걱정스러운 요소들도 존재한다. 첫째는 이승우가 과연 다시 유럽으로 나갈만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느냐는 의구심이다. 이승우는 유럽 1기 시절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을 제외하면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임대)까지 4개의 리그와 프로팀을 거치며 성인무대에서는 유럽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 피지컬-체력-수비가담-기복 등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지난 시즌 K리그1에서의 활약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승우를 꾸준히 주전으로 중용하며 그를 전술의 중심에 뒀던 수원FC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수원이 아니라 다른 K리그1 상위권 팀이었더라도 그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공격포인트가 급감하며 K리그에서도 장단점이 다 분석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어쩌면 올시즌의 부진도 그 연장선에 가깝다. 또한 본인의 또다른 염원이었던 A대표팀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신임 감독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요약하자면 이승우는 유럽에 비하여 환경적으로 더 유리하고 편안한 K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할 수는 있어도, 유럽에서도 통할만한 수준으로 기량과 장단점이 ‘스텝업’ 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과정에서 소속팀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않은 무분별한 이적설에 대한 K리그 팬들의 반감도 만만치않다. 양현준은 본인이 원하던대로 유럽 진출의 의지를 이루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스타로 키워준 소속팀이 강등 위기에 처했음에도, 부진을 거듭하며 좀처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K리그에서 셀틱으로 이적한 오현규와 양현준의 소속팀 수원 삼성과 강원은 나란히 K리그1에서 유력한 강등 1순위로 전락했다. 현재 수원FC 역시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다. K리그1 여름 이적시장이 문을 닫으며 더 이상의 전력보강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축 선수인 이승우의 유럽 이적설은 성사 여부와 별개로, 지금으로서는 팀 분위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승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유럽도전은 물론 장려해야 할 사안이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의 개인 이적 문제로 팀 분위기를 흔드는 사례들이 속출하며 K리그 팬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K리그 구단이 손해를 보더라도 유럽에서 제안이 오기만 하면 무조건 양보하고 희생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승우 입장에서도 발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유럽행을 서두르기보다는 소속팀에 충실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하고 더 확실한 제안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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