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 케이팝 최고의 노래 선정... 왜 논란이 될까?
[김상화 기자]
▲ 소녀시대 |
ⓒ SM엔터테인먼트 |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에서 최근 흥미로운 순위 하나를 발표했다. <롤링스톤>은 지난 2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곡(The 100 Greatest Songs in the History of Korean Pop Music)' 1위부터 100위의 순위를 전격 공개했다.
< 롤링스톤>의 대중 음악 관련 각종 순위 발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전문가, 고정 필진 등의 견해를 빌어 팝 음악 역사상 최고의 명반, 노래, 가수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를 정리해온 매체가 바로 <롤링스톤>이었다. 이제 케이팝의 위상이 미국 현지에서도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분석 기사, 칼럼의 비중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케이팝 역사를 탐구하는 의미의 순위까지 선정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1926년 발표된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로 평가되는 '사의 찬미'(윤심덕)부터 지난해 12월 공개된 'Ditto'(뉴진스)에 이르는 세대를 초월한 노래들이 이번 <롤링스톤>의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결과를 지켜본 음악팬, 대중들의 견해는 제각각이다. 늘 그러했지만 다양한 세대의 시각을 아우르는 순위 산출이 여전히 쉽지 않음을 <롤링스톤>의 선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소녀시대 미니 1집, HOT 정규 1집 |
ⓒ SM엔터테인먼트 |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에 대한 황홀함이 대중음악을 통해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롤링스톤>)
이번 순위에서 영예의 1위로 선택된 음악은 2009년 발표된 소녀시대의 'Gee'였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로 비춰진다. 해외 음악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현재 케이팝의 유행, 틀을 잡아 놓은 시발점으로 이전부터 'Gee'를 언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문적인 인력에 의한 육성, 마케팅, 기획 등 하나의 산업으로 틀이 잡힌 것 또한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이 데뷔한 2007년 이후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인 것이다. 이번 100곡 중 2007년 이후 발표된 노래가 절반을 넘는 54곡에 달하는 점을 볼때 <롤링스톤>의 필진, 전문가들은 최근 15년 사이의 기간을 중요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2위에는 현대적인 아이돌 시대의 서막을 연 1996년작 H.O.T의 '캔디'였다. 오색빛깔 의상과 대형 장갑을 끼고 그 시절 소녀팬들을 사로 잡은 이 곡에 대해 <롤링스톤>은 "보이그룹의 확립한 공로를 인정 받은 팀이자 한류의 초기 선구자"로 언급하면서 "활기차고 지속적이며 즐거운 클래식"이라고 명명했다.
▲ '좋은 날'이 수록된 아이유 미니 음반 'Real' 표지/ 블랙핑크 |
ⓒ 카카오, YG엔터테인먼트 |
이번 <롤링스톤> 케이팝 순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성 가수들의 약진이다. 그룹+솔로를 포함해 47개 팀(가수)이 100위 안에 자신의 노래를 등장시켰다. Top20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무려 12팀이나 등장할 만큼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케이팝 시장에서 걸그룹 및 관련 가수들의 두터운 입지가 고스란히 순위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해볼 만하다.
일명 '3단 고음'으로 지금의 아이유를 있게 만든 '좋은 날'을 비롯해서 '뚜두 뚜두'(블랙핑크), '내가 제일 잘나가'(투애니원), '텔미'(원더걸스) 등 지난 10여 년 사이 케이팝의 한 획을 그은 음악이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옛 가요 중에선 1979년 발표된 '단발머리'(조용필)가 가장 높은 순위인 5위를 차지해 최신 인기가요들 사이에 강한 존재감을 보였고 '목포의 눈물'(이난영), '미인'(신중현과 엽전들) 등 시대를 초월한 명곡 등도 상위권에 등장했다.
▲ 조용필 1집, 신중현과 엽전들 1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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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롤링스톤>의 케이팝 순위 발표는 오랜 시간 미국 대중 문화의 흐름을 관찰해온 매체가 한국 음악에 대한 애정, 관심을 피력했다는 점에선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 결과에 대해 불만 섞인 지적 또한 뒤따르고 있다. '케이팝'이라는 현대적 의미에 중심을 두자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는 선곡이면서도 무게 중심이 최신곡으로 너무 많이 쏠린 게 아니냐는 점이다.
이는 최근 <롤링스톤>의 방향성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예전 <롤링스톤>의 명반, 명곡 선정이 올디스 취향에 쏠렸다면 요즘 이 잡지의 각종 순위는 최신 작품 위주로 옮겨지면서 종종 논란을 야기하곤 했다. 이번 케이팝 순위에서도 이런 경향을 보이면서 이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음악팬은 "발라드, 록, 포크 등 옛 명곡 등은 어디로 사라진건가?", "클론, 박미경은 있는데 신승훈, 김건모는 어디에?", "진짜 한국 대중 음악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냈다"라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의 찬미', '동백아가씨' 등 몇몇 옛 가요 등이 이름을 드러냈지만 구색 맞추기 수준을 넘지 못했고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동진, 나훈아, 김현식, 신승훈, 이승환, 김건모 등의 노래는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최신곡 위주의 과도한 선정에서 보여지듯이 소수의 현지 마니아 취향에 의존한 명단 작성이 정작 케이팝의 본고장 한국 음악팬들의 생각과는 큰 거리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시도 자체는 분명 좋았으나 기이하고(?) 산만한 선곡이 순위 선정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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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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