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북도, 오송 참사 수색 중에 김영환 지사 땅 입구 정비공사 발주

충북인뉴스 김남균 2023. 7. 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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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6일 나라장터에 괴산지역 정비사업 공고, 이례적... 충북도 "김 지사와 연관성 없다"

[충북인뉴스 김남균]

 김영환 지사 일가가 괴산 청천면 후영리 일대에 소유한 토지(초록색안). 충북도가 입찰공고를 낸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사업지역은 김 지사 소유 토지로 진입하는 후영교 좌우 지역이다. (그래픽 =서지혜 기자)
ⓒ 충북인뉴스
 
 충북도는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에 괴산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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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실종자 수색 및 사고 수습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16일, 김영환 도지사 일가가 괴산에 소유하고 있는 인근 지역의 정비사업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확인 결과 사업대상지는 김 지사 일가 부동산으로 통하는 도로가 있는 곳으로, 재해현장 대응에 모든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던 시점에 입찰공고를 낸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5일 오전, 오송 참사 소식을 보고 받고도 괴산 지역을 먼저 찾아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관련기사 :  오송 지하차도 침수됐는데, 김영환 지사는 왜 괴산으로 향했나 https://omn.kr/24ubq)

참사 수습 촌각 다투는 시점에 입찰, 왜? 
 
 충북도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공고를 낸 후영리 산 18-49번지 모습(22일 촬영). 붕괴 위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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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인뉴스>가 조달청 전자입찰 시스템 '나라장터' 입찰공고 현황을 확인한 결과, 충북도는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괴산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 정비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발주처는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다.

입찰 추정금액은 3억 3307만 원. 정비사업의 내용은 도로 주변의 산비탈이나 언덕 중 낙석이나 붕괴위험 지역에 옹벽을 쌓거나 낙석방지망 설치 등을 하는 것으로 영구앵커 23공, 계단식 옹벽 55m, 게이온 옹벽 38m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사업대상지 주소는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산18-49번지 일원'이다. 이곳은 충북도가 관리하는 지방도 533호에 속하는 지역으로, 김영환 지사의 토지와 선친의 묘소, 산막과 아들이 거주하는 곳 입구인 후영교 일대다.

이 사업은 입찰공고 5일만에 사업자가 선정됐고 26일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김영환 지사 일가는 후영리 일대에 토지 14만여㎡를 소유하고 있다. 김 지사의 동생과 공동명의로 돼 있는 임야는 12만여㎡에 달하는데 산막과 선친의 묘소가 있다. 김 지사의 장남 A씨도 후영리에 농지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입찰공고가 올라온 16일 오후 3시 10분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시점이다. 

취재 결과 충북도는 16일 후영지구 정비사업 공고를 낸 뒤 바로 괴산 쌍곡2지구 정비사업도 공고했다. 뒤이어 20일에는 괴산군 장연면 산25-4번지 일원 정비사업도 함께 입찰을 공고했다.

충북도, 최근 5년간 장마철인 7~8월 정비사업 발주 없어
 
 충북도가 발주한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 정비사업 지역 모습. 데크길도 온전히 있고, 도로 위 비탈면 숲이 붕괴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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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은 2015년 후영지구를 급경사지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충북도는 올해 1월, 괴산 쌍곡·후영·추점 지구와 청주 1개소에 대한 정비사업 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이 지역 정비사업은 원래 계획에 잡혀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입찰공고 시점이다. 왜 하필 오송 참사가 터진 바로 다음 날, 평일도 아닌 일요일에 서둘러 입찰을 내야 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관련 공무원들은 급경사지위험지역 정비사업을 장마철에 발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잦은 비로 추가로 수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공사를 발주하거나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1월 1일 이후 충북도가 발주한 급경사지 위험지역 정비사업 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번 발주 3건을 제외한 총 31건의 공사발주 건수 중 7월과 8월에 발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휴일인 일요일에 입찰공고를 등록한 것도 이례적이다. 도내 한 지자체 고위급 공무원은 "공무원이 쉬는 날에 굳이 입찰 공고를 띄운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더구나 도로관리사업소는 이번 참사 담당부서로 (사고 수습에)촌각을 다투는 시기였는데 입찰을 띄울 경황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입찰 일정도 급하게 마감됐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은 17일 개시돼 21일에 마감됐다. 5일 만에 초고속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급경사지위험지역정비사업은 보통 7일에서 12일 정도 기간을 두고 업체를 선정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26일 '지방도418호선 진동96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공고했는데 마감 기한은 7월 12일로, 사업자 선정에 2주가 걸렸다. 충북도는 이시종 전 지사 시절인 지난해 5월 25일 '음성 삼생지구' 정비사업을 공고했는데 마감은 8일 후인 6월 2일이었다.

게다가 충북도 계약과정공개시스템의 조달청 발주계획 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번 '후영지구 급경사지 정비공사' 발주 계획은 등록돼 있지 않았다. 특히 23일 기준 입찰공고 현황에도 이번 정비사업 관련 내용은 게시되지 않았다. 현재 입찰공고 현황은 8월 4일에 개찰되는 '충청북도 가치자람 플랫폼 구축용역'까지 등재된 상태다.

이에 따라 후영지구 정비사업 입찰공고는 사전 계획이 없었는데도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중에 도지사 땅 가는 길 공사 발주, 어이없다"

충북도는 이번 입찰공고에 대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면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발주된 경위를 살펴 보고 있다"면서도 "김영환 지사와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충북도가 수해 대응에 늑장대처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담당 직원이 이를 의식해 처리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와 피해지역 농민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송 참사 다음 날 실종자들은 여전히 갇혀 있고, 시민들은 (실종자들이) 구조가 되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었는데 충북도는 도지사 땅으로 가는 지역의 공사를 발주했다. 제정신인가"라며 "너무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충북도는 현재 재해복구에 뒷짐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도로관리사업소는 이번 재난 수습에 가장 관련이 깊은 소관부서인데 모두가 재해현장에 동원되고 인력이 모자랄 판에 공사 입찰을 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오송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시민들은 죽어갔고, 농민은 고통스러워 하는데 이 와중에 도지사를 먼저 챙긴다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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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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