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명받는 '최민식 동료'... "두번째 기회는 꼭 살리고 싶어"
[남해시대 한중봉]
▲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을 때의 배우 천신남(맨 왼쪽). |
ⓒ (주)쇼박스 |
영화배우 천신남은 1967년 경남 남해 창선 소벽에서 태어났다. 서창선초등학교와 창선중학교(33회), 창선고등학교를 졸업한 창선 토박이다.
학창시절 본 이소룡 영화에 빠져 영화배우를 꿈꿔 온 그는 20대 중반 창원의 극단 '미소'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간간이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극단 생활 16년 차인 2012년 첫 상업영화 출연 제의가 왔다. 그 영화가 국민영화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천신남이 맡은 역할은 주인공 최민식의 '동료 세관원 최주임'이었다. 비중도 제법 있었다. "그래 따지면 나는 할매, 할배, 남동생 셋! 열 명이다, 열 명!"이란 대사가 관객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기회가 왔다. 영화 <가위에 눌린> 주연도 맡았다. 인기배우들만 찍는다는 통신사 광고 제안도 받았다.
다가온 시련
그러다 시련이 다가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아픔이 잇따라 찾아온 것인데, 2011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더니 이어 장인과 장모가 세상과 이별했다. 산같이 든든했던 아버지의 부재도 컸지만 무명배우인 자신을 믿고 딸과 결혼을 허락하고 응원해 주던 장인·장모와의 이별로 인한 상심도 적지 않았다.
▲ 20대 중반의 천신남 배우. 아이돌 스타를 떠오르게 한다. |
ⓒ 남해시대 |
아내와 엄마의 조연으로
다시 무명배우가 된 천신남은 아내가 창원에서 하는 광고사와 창선 소벽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돕는 조연으로 살았다. 어머니 이정순(84)씨는 아들이 농사를 짓지 말라며 논과 밭에 심어놓은 500평 가량의 비파 농사와 약간의 고사리 농사를 돌보고 있다. 팔순을 훌쩍 넘긴 모친의 고생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천신남은 일주일에 2~3일은 창원에서, 또 2~3일은 소벽에서 어머니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세월을 보냈다.
다시 충무로로
그러나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영화에 대한 갈망은 다시 그를 충무로로 이끌었다.
아직도 <범죄와의 전쟁>의 최주임을 기억하는 감독들이 그를 카메라 앞에 다시 세웠다.
2018년 <7년의 밤>, <참외향기>, <거리의 상인>에서 단역과 조연, 주연을 맡았다. 2020년에는 <잔칫날>을 찍었고 2021년에는 영화 <기적>에서 수위 역할을 소화했다. <학교 가는 길>(2021) <감동주의보>(2022) 등에서도 조연을 맡아 다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26년차 배우, 방송을 타다
조연인 배우 천신남에게 뜻밖의 주연 역할이 주어진 것은 지난해 5월 방영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이었다. 어머니를 위해 농부로, 가족을 위해 광고·인쇄소 사장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천신남씨의 이야기가 방송을 탔다. 26년 차 배우의 이색적인 삶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올해 MBN 교양프로그램 <특종세상>이 다시 그를 주목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흥행에도 불구하고 배우 활동을 중단한 사연과 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짓는 이야기 등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 방송은 지난 6일 전파를 탔다. 다음 날인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연예 베스트 검색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재방송이 잇따르면서 이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다시 연예인 반열로 오른 것이다.
지난 10일 삼동면 동천 고갯마루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 남해 8일장에서 만난 천신남 배우는 "인기를 싫어할 배우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관심이 익숙하지 않아 솔직히 쑥스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2012년 이어 두 번째 기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다. 두 번째 기회는 꼭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로컬푸드 매장인 남해 8일장에서 천신남 배우를 만났다. |
ⓒ 남해시대 |
배우 천신남이 두 번째 기회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천신남은 "남해는 정말 예쁜 곳이다. 고사리밭과 죽방렴 등 남해의 자원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 아직 남해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구상하는 영화에는 가수 나상도가 카메오로 나오고 지역의 목마른 문화예술인들도 출연한다.
"창원은 우영우 나무 하나로도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남해의 왕후박나무가 우영우 나무처럼 되느냐 못 되느냐는 지역 사람들의 열린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배우 천신남. 그는 "함께 꾸는 꿈들은 이뤄진다고 한다. 남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년을 꽃피우는 영화인 천신남. 이번에는 그의 신남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소망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보험 가입하고 음성 메모 켜는 교사들, 이게 현실입니다
- 이 많은 해바라기는 할머니의 존엄이었습니다
- 윤석열 펄쩍 뛰게 한 장제원의 질문
- 누가 큰고니의 날개를 꺾나... 거짓말이 몰고온 후폭풍
-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던 대통령, 또 공무원 탓만 하네요"
- 페북서 '과하지욕' 지운 홍준표, 예천군 수해복구 지원 나서
- "윤석열, 위장술 대단...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속았다"
- 출범 후 지지율 최저... 기시다 발목 잡는 '마이넘버카드'
-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시민들 "혈세로 민간자본만 배불릴 것"
- '오송 참사' 수사 시작되자... 충북도 '경찰 조사 동향' 문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