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지지율 최저... 기시다 발목 잡는 '마이넘버카드'

윤현 2023. 7.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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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지지율 하락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아... 스스로 반납한 사례 40% 달해

[윤현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21~23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35%로 내각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전날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22~23일 실시)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28%를 기록하며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 배경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출산 대책 부족 등이 있지만 두 신문 모두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이 '마이넘버카드'다. 

<요미우리신문>은 "마이넘버카드를 둘러싼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고, <마이니치신문>도 "기시다 내각이 마이넘버카드 문제에 쫓기면서 최저 지지율이었던 2022년 12월의 25%에 가까워졌다"라고 전했다. 

마이넘버카드가 뭐길래.... 기시다 정권 '중대 위기' 

일본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마이넘버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일본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한 개인식별번호가 새겨진 신분증이다. 

아날로그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일본이 디지털 사회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한 마이넘버카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종이 의료보험증을 폐기하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증과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마이넘버카드를 총괄하는 일본 디지털청은 홈페이지에 "행정기관 간의 정보 제휴로 각종의 행정 수속에 있어 서류 첨부의 생략 등이 가능하다"라며 "더 나아가 민간 서비스에서의 본인 확인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카드 발급이 의무는 아니지만, 마이넘버카드를 만들어 의료보험증이나 통장과 연계하면 최대 2만 엔(약 19만 원)의 포인트를 준다는 혜택을 앞세워 발급률이 80%에 달하기도 했다. 
 
 일본 마이넘버카드 도입과 문제점을 보도하는 일본 NHK방송
ⓒ NHK
 
일본 NHK방송 다케다 타다 해설위원은 "일본 국민은 역사적으로 자신이 번호로 관리되는 것에 강한 저항감을 갖고 있다"라며 "그러나 국민이 공평하고 공정한 행정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번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이런 저항감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면서 '끝까지 마이넘버카드를 발급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들어 마이넘버카드로 공금을 수령할 때 본인이 아닌 타인의 계좌가 등록되는 잘못된 연동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편의점에서 증명서를 출력할 때도 타인의 것이 나오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전문가들은 마이넘버카드에 사회보장 및 납세 번호, 행정 서비스를 위한 국민 ID, 신원증명 번호 등 3개의 번호를 한꺼번에 담는 복잡한 체계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 부족,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총무성이 올해 6월 한 달간 전국 12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마이넘버카드를 반납한 사례 중 카드 재발행, 외국인 체류 기간 만료 등을 제외하고 스스로 반납한 사례가 4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점검' 승부수 던진 기시다 정권.... 신뢰 되찾을까 

그럼에도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국민적 불만이 폭발했다. 이번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마이넘버카드 문제 대응에 기시다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80%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반면에 '그렇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올가을까지 마이넘버카드에 대한 총점검을 실시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 정무조사회장은 지난 20일 "정부는 개인정보가 국민의 재산이라는 의식이 희박하다"라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기시다 총리는 같은 날 전국 도도부현 의회 의장단을 만나 "정부가 하나 되어 총점검과 재발 장비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씻어내도록 정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정례 회견에서 "일부 지역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이지만, 일련의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정부가 총점검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마이넘버카드로 다른 사람의 공금이 수령된 것은 최근에 처음 발견된 사례"라며 "정말로 유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디지털 사회를 실현하려면 마이넘버카드의 안전성과 메리트와 관련해 국민의 이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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