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곡물 한톨도 못나간다" 또 오데사 공습…200년 성당도 파괴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철회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항 오데사에 대한 공격을 수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성당을 공격했다. 한편 러시아의 곡물협정 철회와 잇딴 공습에 밀 등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23일 BBC와 가디언,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예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오데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번 공습으로 1명이 숨지고 어린이를 포함한 21명이 다쳤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오데사에 초음속 대함 미사일 오닉스와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를 발사했다. 이번 공습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데사 역사 지구 내 대성당(구세주 변용 성당)이 파괴됐다. BBC는 "성당 지붕 대부분이 날아갔고, 건물의 두꺼운 벽은 서 있긴 하지만 불에 타 기울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지난 20일 "오데사에 접안 시도를 하려는 민간 (상업) 선박들조차 군사적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며 "(이로 인해) 오데사에서 있는 어떤 곡물도 떠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이은 러군 공습…200년 넘는 성당도 파괴
피해를 입은 대성당은 오데사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으로, 지난 1월 유네스코로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전쟁이나 테러,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들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1794년 지어진 이 성당은 옛 소련 시절인 1936년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철거됐다가 2000년대 중반 재건됐다. 2010년엔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에 의해 축성 받았다.
성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 정교회와 긴밀한 연계를 가진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 소속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공습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미로슬라우 브도도비흐 성당 주교는 "야만적인 공격"이라며 분노했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로운 도시와 거주용 건물, 성당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라며 "러시아의 악행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대공미사일 방어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동맹국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곡물가 치솟아…블룸버그 "식량 인플레이션 가능성"
흑해 곡물 협정 철회 및 연일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밀 가격 등 국제 곡물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9월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8.5% 급등했다. 이는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주(24~28일)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전망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관계 고조가 식량(식품)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로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식량(식품) 인플레이션은 매우 현실적"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대체 경로를 통해 밀 등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더 비싸진 운송비, 인건비, 연료비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아프리카에 러시아 곡물 계속 수출 할 것"
곡물가 상승이 아프리카 등의 최빈국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아프리카에 곡물과 비료를 계속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궁이 발표한 보도문에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우크라이나 곡물을 상업적으로나 무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며 "러시아는 올해 또다시 기록적인 수확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최근 흑해 곡물 협정을 철회해 아프리카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곡물을 자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곡물 협정이 애초 목적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약 1년간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곡물 3280만톤 가운데 70% 이상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사업체 배를 불리는 데 쓰였고, 외려 예맨,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국가 등에서 받은 곡물은 3% 미만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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