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약탈적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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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에 난데없이 초대형 폭탄이 터졌다.
느닷없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는 주홍빛 낙인이 찍혔고, 과학자들은 연구비 나눠 먹기·갈라 먹기에 영혼을 빼앗겨버린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핵심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이고, 과학자들을 해외에서 세계 최고를 이뤄내는 현장을 '체화'하도록 하고, 국내에는 청년 연구자를 위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라는 지적은 확실하게 철이 지나버린 '추격형'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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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에 난데없이 초대형 폭탄이 터졌다. 느닷없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는 주홍빛 낙인이 찍혔고, 과학자들은 연구비 나눠 먹기·갈라 먹기에 영혼을 빼앗겨버린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 당장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지휘할 ‘실세’ 차관이 내려왔다. 내년도 예산안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에 들어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든 과기정통부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25개 출연연의 출연금을 20% 삭감하고, 국제협력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사실 그동안 오로지 반도체 인력 양성에만 매달렸던 과기정통부가 늦게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새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형편이다. 연구개발 예산의 범부처 총괄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혁신본부의 존재감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야전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조성경 차관의 화려한 취임사에서도 대통령이 강조하는 현실적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다. ‘엄중한 시기’를 넘어서기 위해서 ‘혁명적 결단’과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허한 주장이 전부다. 오히려 취임사에 담겨 있는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낡은 인식이 더 걱정스럽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핵심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이고, 과학자들을 해외에서 세계 최고를 이뤄내는 현장을 ‘체화’하도록 하고, 국내에는 청년 연구자를 위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라는 지적은 확실하게 철이 지나버린 ‘추격형’ 패러다임이다.
대통령의 엄중한 지적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지적에 동의한다면 그동안의 약탈 행위에 대한 뼈를 깎는 사과와 반성,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다짐과 대책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아야 마땅하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멋대로 나눠 먹고, 갈라 먹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적이 과도한 우려이거나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 우려와 오해마저도 과학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 과학기술계의 어떤 관행이 약탈적 이권 카르텔로 인식되었는지를 찾아보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예산 재검토에 따른 삭감·조정의 무거운 부담을 모두 실무자들에게 떠넘겨두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과학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비겁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적한 ‘약탈적 이권 카르텔’의 정체가 도무지 분명치 않다. 혹시라도 지난 정부가 단단하게 박아놓은 정치적 말뚝을 카르텔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모든 과학자를 무차별적으로 악동으로 몰아붙여서는 절대 안 된다.
물론 연구비 배분을 포함한 연구 부정이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부할 수 없다. 국민이 황우석 사태와 가짜논문·가짜학술대회·연구실 갑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연구 부정 척결을 위한 노력은 절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를 국가연구개발 사업에서 완전히 몰아내 버린 어리석은 실수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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