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기적 없이는 육아할 수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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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기적 없이는 육아할 수 없는 사회다.
우리 사회는 사실상 사회 시스템 전반이 '이래도 육아할 거야? 좋아, 어디 할 수 있나 보자.' 같은 느낌이다.
육아 문제를 개개의 가족에게 모두 전가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노후에도 육아에 총동원되어야만 간신히 아이 하나 키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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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기적 없이는 육아할 수 없는 사회다. 나 또한 어린아이를 양육하고 있지만, 가능한 이유는 기적 덕분이다. 양가의 도움도 거의 없이, 사람 한 명 고용하지 않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가 육아해내는 건 기적이다. 그 기적은 내가 비교적 출퇴근이 늦고, 아내가 출퇴근이 빠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내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저녁에는 아내가 하원 시키는 절묘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간신히 육아를 해내고 있다. 또 급할 땐 연차를 허용해주는 직장인 덕분에, 아이가 아플 때 등에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아침에 아이를 태워 갈 차를 기다리다 보면,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정주부처럼 보이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함께 기다린다. 예전에 아이가 더 어려서 문화센터에 데리고 다닐 때 보면 열에 아홉은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 몇몇 큰 조직들이 직원을 비교적 여유 있게 운영하는 경우, 육아 휴직이나 휴가 등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보통 인원을 매우 빠듯하게 운영한다. 육아 때문에 일을 쉴 때, 회사 대표뿐만 아니라 주위 직원들의 눈치도 매우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만약 대기업처럼 거대한 익명 조직이 아닌데도 아무렇지 않게 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 돌봄 휴가 등을 허락해주는 기업과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 또한 기적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경력 단절의 문제가 다시 한번 시작되는 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기이다. 12시면 수업이 끝나는 아이들, 또 처음으로 '돌봄'의 영역에서 '교육'의 영역으로 넘어가며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이런 시기는 여성들에게는 '대학살의 시기'라 할만하다. 우수수 직장을 그만두면서 아이의 돌봄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경력 단절이 시작된다. 그나마 양가 부모 중 한쪽이 가까이 있거나, 혼신의 학원 '뺑뺑이'가 가능한 환경이거나, 믿을 만한 사람을 고용할 정도의 경제력과 행운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맞벌이의 기적'에도 한계가 오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둘째라도 태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다.
우리 사회는 사실상 사회 시스템 전반이 '이래도 육아할 거야? 좋아, 어디 할 수 있나 보자.' 같은 느낌이다. 육아 문제를 개개의 가족에게 모두 전가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노후에도 육아에 총동원되어야만 간신히 아이 하나 키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집값이나 아이 사교육비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몫이라고 하니, 사실상 사회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과연 기적에 의존해서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지에는 의문이다. 전 사회가 돌봄을 지지하고 도와주어도 부족할 텐데, 이런 총체적 각자도생에서는 스스로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이 되어 원맨쇼 능력을 기르거나, 기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사회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 국가가 되어 소멸로 향해 간다는 게 썩 이상하지 않다. 기적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란, 멸종위기 동물들에게 썩 어울리는 명칭처럼 들린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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